[머니투데이 2006-02-01 12:43:13]
전혜영 기자
알록달록 화사한 인테리어, 무료로 제공되는 각종 음료, 편안한 음악과 심심풀이용 만화책까지 구비돼 누구든 잠시 쉬어가고 싶은 공간.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그래텍 본사 지하 1층 카페는 일명 '직원들을 위한 수다방'이다.
지난 7년간 '수다'를 통해 자유롭게 제품을 만들어 왔다는 배인식 그래텍 사장(39)은 이곳에서 '재미난 인터넷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 수다의 힘 "아직 직원 몇 명이 출근을 못 하고 있어요. 어제 저한테 붙잡혀서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거든요." 말쑥한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풍기는 '왠지 과묵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배 사장은 스스로를 '수다쟁이'라고 소개했다. 심지어 그래텍의 기업문화도 '수다'라고 했다. "저는 회의보다 수다가 더 좋아요. 직원들과 밤새 '다음엔 무엇을 만들까'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재미있겠다 싶은 게 생기면 바로 팀을 꾸리는 식이지요."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사업계획서에 의해서 만든 제품보다 수다에 의해서 만든 제품이 더 많을 정도다. 그래텍의 대표 제품인 '곰플레이어'도 예외는 아니다. "곰플레이어는 3년 전 제 생일에 깜짝 선물로 받은 겁니다. 역시 열심히 수다 떨어서 기획한 제품인데 직원들이 제 생일에 맞춰 완성한다고 고생을 많이 했지요.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고 재미있습니다." "사장이 혼자 재미있는 일만 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의 자유로운 성향은 창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삼성전자의 'SW(소프트웨어) 우수인력' 출신이다. "국민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는데 전공과 관계없이 컴퓨터에 미쳐 있었어요. 전국대학컴퓨터서클 연합회(UNICOSA) 회장을 맡고, 회원들과 88올림픽 때 전산 인력으로 참여했던 게 계기가 돼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됐지요." 당시 그는 전략기획실 막내로 남들이 보기에 제법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한창 혈기왕성했던 그가 원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몸으로 움직이고 재미있는 일이 하고 싶었어요. 결국 회사를 그만두겠단 결정을 내리게 됐는데 주변의 만류가 대단했지요. 그땐 외환위기 전이라 벤처라는 용어도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왕성한 혈기에 뛰쳐나오긴 했지만 처음엔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외환위기 이후 벤처 붐이 불고, PC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것이 오히려 그에겐 호재가 됐다. "99년쯤 되니까 인터넷 사업 한다고 하면 투자가 줄을 이었고, 우리가 시장을 만들었을 땐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독점적으로 제품 생산을 할 수 있었지요. 지난 7년을 되돌아보면 한 마디로 운이 좋았습니다."
# 곰2.0 웹스토리지(인터넷 저장공간) '팝데스크' 멀티미디어 포털 '아이팝' 개인 대 개인(P2P)파일전송 서비스 '구루구루' 모바일 게임 '깨미오' 온라인 게임 '젬파이터' 등 다양한 사업으로 알려진 그래텍. 그중 첫 손에 꼽히는 제품은 단연 멀티미디어 재생기 곰플레이어다. 서비스 3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2500만 건, 1일 사용자 300만 명을 돌파, 토종 소프트웨어의 위력을 보여줬다. 방문자수 기준으로는 포털 4∼5위권 수준이다. 곰플레이어는 오는 3월 곰플레이어 2.0으로 다시 태어난다. "채널을 돌려가며 골라보는 TV처럼 인터넷에서도 곰플레이어 2.0만 다운로드 받으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바로 골라 볼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곰TV를 통해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곰플레이어 1.0이 동영상을 감상하는 소프트웨어에 머물렀다면, 자체 셋톱박스가 내장된 곰플레이어 2.0은 그 자체로 멀티미디어 플랫폼이 되는 셈입니다. 곰플레이어의 보급으로 인프라가 확실히 구축된 만큼 관건은 양질의 콘텐츠 확보입니다." 현재 곰TV로는 IB스포츠의 국내 프로농구 경기 생중계와 케이블TV 뉴스전문채널 YTN의 뉴스, 연예오락전문채널 ETN의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하다. "오는 5월쯤 되면 각종 영화는 물론 지상파 방송 등의 콘텐츠가 대부분 확보될 거라고 봅니다. 아직까지 불법 복제 영상이 활개를 치는 형국이다 보니 저작권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곰TV가 성공한다면 이들의 의식도 많이 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무조건 잘 된다' 배 사장은 그래텍에 책상이 달랑 3개일 때인 99년에 합류, CEO에 오른 지 4년 만인 2006년 1월 현재 직원 수 150명, 매출 150억 원대에 이르는 알짜 기업으로 키웠다. 지난해 6월,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데 이어 최근 중국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무조건 잘 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습니다. 처음엔 똘똘한 개발자 100명이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제 그 꿈을 이루고 나니 그런 사람 1000명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네요.시간이 지나도 무언가 계속 만들어 내고, 그걸로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배인식 사장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93년 국민대 금속공학과 졸업 ▷1993∼1996년 삼성 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 운영돚멀티미디어 제품 기획담당 ▷1997년 삼성전자 본사 전략기획실 기획팀 ▷1997∼1998년 지오인터렉티브 기획돚개발담당 이사▷1999년∼2002년 그래텍 부사장 ▷2002년∼현재 그래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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