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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6-04-24 09:31]
`꼬레앙 2495' 만든
국민대 전강 하준수씨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조선 정조 때 강화도에 설치한 왕실도서관인 외규장각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30대 대학교수에 의해 제작돼 미국 전역에 배급된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는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전임강사
하준수(32)씨.
1998년 서울대 미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하씨는 2001년 캘리포니아예술학교에 입학,
2004년 졸업작품으로 '꼬레앙2495'를 만들었다.
'꼬레앙2495'는 외규장각 의궤(儀軌) 중 한 권의 프랑스국립도서관
등록번호를 뜻하는 것으로, 프랑스가 보관 중인 외규장각 도서 397권을 돌려받으려고 진행된 지난 10년 간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가 처음 문화재 반환과 제국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관람한 고려국보전에 전시된 작품의 출처가 모두
일본이나 영국 등 외국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였다.
"제국주의는 점점 교묘하게 우리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꼬레앙2495'는 기본적으로 약탈당한 문화재를 돌려받자는 목소리지만 반환을 요구하더라도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감상주의를 배제하고 냉철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하씨는 "영화를 구성할 때 프랑스 사람들을 만나려 했던 나의 노력과 그 여정이 담겨 있기를 바랐다"며 "많은
고민을 했는데 주변에서 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미술을 전공한 사람의 특징이 많이 드러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주제 자체가
외교적 문제가 걸려 있는 민감한 사안인 탓에 바로 눈 앞에 있는 정보에조차 접근할 수 없는 안타까움도 겪었고 한국과 미국, 유럽을 오가면서
제작하느라 어려움도 많았다.
'꼬레앙2495'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서 한국다큐멘터리 최우수상인 운파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등에 각국 예술가의 작품을 배급하는 예술영화 배급기관인 미국의
'비디오 데이터 뱅크'가 미 현지에 이 작품을 배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배급사가 미국 국적도 아닌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보관한다는
게 바로 미국의 문화력을 보여주는 거죠. 돈이 되지 않아도 일부에게라도 가치있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게 바로 문화적
다양성입니다"
하씨는 "한국에도 가능한 많은 대중이 '돈은 안 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제'를 다룬 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번 작품의 미국 배급을 계기로 외규장각 반환 협상에도 성과가 있기를 기대했다.
얼마 전 별세한
'빛의 작가' 고(故) 하동철 서울대 미대 교수의 아들이기도 한 하씨는 앞으로 아버지를 추모하는 기념전도 열 계획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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