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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자크 커프만·김태곤 '관객과의 대화' / (미술학부) 교수

경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중앙홀에는 산처럼 쌓아올린 기와를 비집고 들어간 커다란 화강암 두 개로 만든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스위스의 작가 자크 커프만이 미술관에 머물면서 작업한 '허공에 부유하는 기와들'이란 작품이다. 미술관 2층에는 집의 형상으로 기와를 쌓아올리고 가운데를 나일론줄로 팽팽하게 연결한 '안동가옥'이란 작품이 전시 중이다. 국민대 김태곤 교수의 작품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건축도자-OLD전'
'기와' 작업 중심 시간의 축적 개념 선봬

지난 30일 오후 2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자크 커프만과 김태곤을 초청해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설치 작업을 두고 관객들과 나누는 대화 시간이었지만, 이야기는 역사와 철학 같은 인문학으로 흘렀다.

견고한 화강암, 팽팽한 실. 기와를 중심에 두고 각각 다른 재료를 사용해 작업을 했지만 둘은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자크 커프만은 "일상이 겹겹이 쌓여 인생이 되듯 기와를 쌓으면서 축적이란 개념을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접착제를 하나도 쓰지 않고 쌓아올린 기와는 켜켜이 쌓인 역사처럼 보였다.

김태곤은 "일제시대 가옥을 가로질러 기찻길을 내면서 헐리고 버려져 있던 안동 고가의 기와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폐사지의 기와를 주춧돌 삼아 나일론줄로 기둥을 만들어 지금은 없어진 사찰을 복원한 김룡사란 작품도 시간의 축적이란 개념과 별반 다르진 않을 터.

자크 커프만은 벽돌쌓기를 주로 하는 작가. "만리장성을 쌓은 것도 하나의 벽돌에서 시작됐다. 한 장의 벽돌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그가 벽돌로 거대한 구조체를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단면을 읽을 수 있게 했다.

낚싯줄과 같은 선을 이용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구조물을 만드는 김태곤은 "팽팽한 나일론줄이 주는 긴장감과 직선이 주는 카타르시스의 묘미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네모난 벽돌이든 긴 나일론줄을 사용하든 작가는 그렇게 세상에 대한 발언을 작품 속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자크 커프만의 말은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난 뒤에도 여운처럼 남아있다. "작가는 세상을 창조하는 자가 아니라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보이는 자이고, 호수에 돌을 던지는 것은 작가지만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관객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건축도자-OLD'전의 일환으로 전시하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은 6월 말까지 전시된다. 055-340-7011.

출처 : 부산일보 : 기사입력 2009-05-04 09:09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82&aid=000021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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