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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진 감독 “반려견 통해 사람 사는 세상 배웠다” / (의상학과 85) 동문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랑하고 꿈꾸며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과 시련을 견디고 상처가 아물기까지 가슴 저미도록 흘려보낸 순간들이 인생의 현장이란 것을.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종종 잊는다. 그 현장의 가장자리에서 우리가 고단한 여정을 마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 출신 영화감독 방은진씨(50)는 12일 서울 마포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열린 첫 에세이집 <라마야 기다려>(북하우스) 출간 간담회에서 “반려견인 라마에게 나라는 존재는 평생 기다림이었던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삽살개 ‘라마’는 14년 넘게 방 감독의 곁을 충직하게 지켜주고 있는 반려견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라마야 기다려’라고 합니다.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려’라고 스스로 다짐했던 저처럼요.”

방 감독에게 라마와의 추억은 ‘기다림’이란 한 단어로 응축될지 모른다. 그는 “여섯 살 때 부모가 이혼했고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대문을 지키며 기다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초등학교 때 혼자 목욕탕 가는 게 굉장히 싫었어요. 엄마랑 같이 온 아이들은 딸기우유를 빨며 물놀이하듯 목욕탕을 뛰노는데 ‘너는 왜 혼자 왔니’ ‘등 밀어줄까’ 하는 소리가 너무너무 듣기 싫었지요. 엄마가 보고 싶었지만 참았고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엄마를 봤을 때도 담담한 척했습니다.”

그는 열다섯 살이던 1977년 미국으로 이민가는 엄마를 따라나섰다. 늘 그리운 존재였던 엄마는 그러나 그가 다가가기엔 너무 멀었고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그는 아빠에게로 다시 돌려보내졌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기보다는 남보다 뭔가 조금 많이, 일찍 겪었고, 느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연기를 할 때, 영화를 만들 때, 감정의 켜들이 넘쳐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방 감독은 연극무대와 스크린 연기자로, 영화감독으로 끝없이 변신하며 대중과 소통해왔다. 1989년 민중극단 <처제의 사생활>로 배우의 길에 들어서 서울연극제 우수연기상,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제2의 윤석화’로 불렸다. 1994년 영화 <태백산맥>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이듬해 영화 <301, 302>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05년 영화 <오로라 공주>로 감독에 데뷔한 그는 2012년 <용의자 X>와 2013년 <집으로 가는 길> 등 3편의 영화로 배우 출신 감독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을 받았다.

그가 생후 4개월이던 라마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무렵이다. 집이든 촬영장이든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라마가 따라다녔다. 그는 “라마와 같이 복닥거리며 성장했고 사람 사는 세상을 느껴왔다”면서 “다음 생에는 라마가 사람으로 태어나 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60205&artid=201502122213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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