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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시간의 숙명 …순간을 붙잡고 싶은 소망 / 박진하(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 15) 동문


박진하-floating stone, 60.6x72.7cm장지 위 먹, 금분,호분
 

대전 중구 대흥동 갤러리이안에서는 동양화가 박진하의 'passing by(지나가는 순간) 展'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이안이 지난해 진행한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5명의 전시분야 작가 중 첫 번째 전시회로,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박 작가는 '순간의 영원성'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작가적 시선이 담긴 철학으로 해석해 그의 작품에 녹여내려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태초의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라는 기제를 통해 '삶'이라는 물리·추상적 대상에 관한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박 작가의 '지나가는 순간 展'은 '붙잡고 싶은 순간을 남기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 붙잡고 싶은 순간을 최대한 늘이고 더 나아가 '영원화'하는 것은 수명이 길든 짧든 지상에서 한시적 삶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소망일 것이다. 그 모든 생명 중에서 인간만이 가지는 예술은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순간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만드는 기술 중의 하나이다.

'지나가는 순간'을 붙잡으려는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매체는 사진일 것이다. 그러나 지나가는 시공간의 우연적 단편이 남길 만한 무엇이 되려면 어떤 필연성이 있어야 한다. 지나가는 순간을 붙잡는데 있어서 그림은 사진보다는 굼뜨다. 그러나 지각된 순간에 기억이라는 영원의 인장을 찍는 것에는 그림이 더 유리할 것이다.

우리는 순간을 영원화시켰던 모네의 그림을 떠올릴 수 있다. 모더니즘 시기에 화가들은 경쟁자로 부상했던 사진을 많이 의식하면서도 사진과는 다른 방식으로 매일 새로워지는 그들의 시대를 기록했다. 그 시대를 기록했던 사진이 산문이라면 회화는 시에 가까웠다. 사진은 산문적이기는 하지만, 일순간 얼어붙은 듯한 수수께끼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맥락이 교차되어야 한다. 그래서 의미에 방점을 찍고자 하는 사진은 거의 그림이 되어간다.

우리(인간)는 '지금 이 순간'을 시간이 가진 태생적인 숙명과 순리를 통해 지나쳐 가고 있거나 혹은 애써 지나쳐 버리지만 그 순간은 어느 새 우리 각자의 뇌리 속에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깊이 각인돼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거나 받고 있다.

그 '영향'이라 하는 것은 결국 나(我)와 타자(他者)와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개인의 삶의 과거-현재-미래의 순간, 순간 속에서 맺게 되는 관계는 늘 지나쳐 가지만 그 순간의 영원성은 우리의 몸과 정신 속에 살아남아 문득, 발현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 영원성의 흐름과 상징을 그의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적 시선의 시간 흐름과 순간 포착의 의지 표현으로 나(관객)와 타자와의 관계적 순간에 대한 고찰을 해보고자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박진하의 작품은 움직이지 않지만 지속을 내포하며 '지나가는'이라는 키워드는 이러한 지속을 말한다"면서 "전시의 또 하나의 키워드인 '순간'은 이러한 애매한 지속의 흐름을 한정시키는 외곽선에 있으며 그것은 여백을 가로지르는 선으로 이루어지는 동양화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했으며 현재 국민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12년부터 서울과 대전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열고 있다.



지속하는 순간, 72.7x60.6 장지 먹 금분


지속하는 순간, 72.7x60.6 장지 먹 금분

 

원문보기: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251995#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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