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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순위·생산일정까지 챙기는 '꼼꼼맨'…"패션사업도 현대백화점이 하면 다르다 보여줘" / 김형종(경영학과 79)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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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종 한섬 사장 정지선 회장, 1조 투자 "멀리보라" '아재 양복' 벗고 '오빠 양복' 일할 땐 철두철미, 회식 땐 다정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이 패션회사 한섬을 4200억원에 인수했을 때 패션업계에선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다. “패션을 잘 알지 못하는 유통회사가 과연 제대로 하겠나”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한섬 디자이너들이 가만 있겠나” “당장 매출 압박에 직원들이 제 발로 회사를 나갈 것” 등 부정적인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인수 후 초기엔 실적이 부진했다. 2011년 4970억원이던 한섬 매출은 인수 첫해인 2012년 4963억원으로 주춤했고, 이듬해엔 4625억원으로 7.3% 줄었다. ‘실패한 인수’라고들 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한섬은 연매출 1조3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말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인수하자 “현대백화점이 패션사업을 제대로 하긴 하려나 보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 중심에는 32년간 현대백화점그룹에 몸담아온 김형종 한섬 사장의 ‘뚝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한 직후 한섬으로 자리를 옮겼다. 백화점에서 상품본부장을 맡으면서 패션브랜드를 접하긴 했지만 고급 여성복에 특화된 한섬을 경영하는 것은 전혀 달랐다. 한섬은 비싼 원부자재를 쓰는 데 아낌이 없고 비용 절감보다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데 집중하는 회사였다. ‘업계 최고’라는 디자이너들의 자존심도 셌다. 김 사장이 주력한 건 디자이너들을 존중해주면서도 회사 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었다. 출퇴근, 생산 스케줄 관리, 매출 현황 집계 등이 체계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2~3년이 걸렸다. 차근차근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였다. 그 사이 모기업인 현대백화점그룹 내에서 “왜 매출이 안 오르나” “인수했으면 성과를 보여달라” 등 여러 지적이 나왔다. 실적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김 사장이 고집한 것은 한 가지,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일이었다. 이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뜻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김 사장을 한섬에 보내면서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가자”고 했다. “당장 매출을 끌어올리라고 하지 않을 테니 ‘고급 여성복의 명가’라는 이미지를 지키면서 회사를 안정화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김 사장은 ‘노세일’ 전략을 확고히 했다. 품질과 디자인은 자신 있었다. 타임 마인 시스템 등 한섬의 대표 브랜드를 고급 브랜드로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가격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백화점이든 온라인몰이든 한섬의 모든 브랜드 제품은 판매 가격이 동일하다. 소비자가 세일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백화점에서도 망설임 없이 구입한다. 시즌이 한참 지난 재고 상품은 아울렛에서 할인 판매하지만 물량이 거의 없다.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한섬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패션회사에선 정가와 할인가격 차이가 꽤 많이 나기 때문에 할인판매, 아울렛 매출 비중이 높지만 한섬은 백화점 매출 비중이 65%를 넘는다”며 “오히려 모바일로 제품을 구경한 뒤 백화점에서 구입해 포인트나 상품권을 받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패션브랜드의 시너지’라는 정 회장의 한섬 인수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유통이라는 ‘그릇’ 안에는 핵심 콘텐츠인 패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에 이어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인수하면서 총 1조원가량을 패션사업에 투자한 것도 콘텐츠의 중요성 때문이다.
김 사장은 그룹 내에서 ‘워커홀릭’으로 불린다. 요즘도 매일 아침 브랜드별로 매장 매출 순위를 1위부터 꼴등까지 다 챙겨본다. 현대백화점에서 기획조정본부 경영개선팀장, 목동점장, 상품본부장 등을 지냈기 때문에 매출과 재고, 비용 등을 챙기는 건 몸에 밴 습관이다. 한섬 직원들은 김 사장이 “그 브랜드 어느 점포 매출이 이번주 들어 왜 부진하냐” “잘 팔리는 인기 상품 수량이 부족하던데 빨리 생산량과 제품 종류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실무를 꿰뚫어보는 질문을 할 때마다 놀라곤 한다. 생산, 디자인, 영업 등 실무자가 해당 업무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즉각 불호령이 떨어진다. 최고경영자(CEO)도 알고 있는 것을 담당자가 모르면 일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섬의 한 직원은 “한 번 옳다 싶은 일은 무섭게 추진하는 데다 뭔가 잘못하면 호되게 꾸지람을 듣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선 ‘IS(이슬람 국가) 대원’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를 일컫는 IS의 대원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김 사장은 일에 관해 엄격한 스타일이다. 한섬의 대표 브랜드 타임과 시스템이 각각 연매출 2000억원과 1300억원을 올리는 브랜드로 성장한 것도 엄격한 생산·판매 및 디자인 관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란 평가다. 업무를 꼼꼼히 챙기는 것은 변함없지만 김 사장이 백화점에서 일할 때와 180도 달라진 점도 있다. 패션회사는 직원 가운데 여성 비중이 70%를 넘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챙기는 부분도 필요했다. 호되게 야단친 뒤엔 꼭 다독여줬다. 회식도 자주 하는 편이다. 여직원들이 김 사장을 ‘츤데레’라고 부르는 것도 겉으로는 엄하지만 뒤에선 자상하게 챙겨주기 때문이다. 츤데레란 퉁명스럽고 새침해 보이지만 부끄러워하는 성격을 뜻하는 일본어 ‘쓴데레(ツンデレ)’에서 유래한 말이다. 겉으론 ‘나쁜 남자’ 같지만 속은 자상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김 사장은 한섬에 온 뒤 체중을 감량했다. 대표 브랜드인 타임옴므 옷을 입기 위해서다. 백화점에서 입던 ‘아저씨 양복’을 벗어던지자 한섬 직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김 사장이 해외 패션쇼에 어떤 디자인이 새로 나왔는지까지 파악하자 자존심 센 디자이너들도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김 사장을 잘 아는 한 패션 중소기업 사장은 “백화점 상품본부장 시절부터 겸손하게 거래처 사장을 대하고 일을 똑 부러지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할 땐 매몰차게 몰아쳐도 직원 사이에서 평판이 좋아 참 대단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김형종 한섬 사장(사진)은 해외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은 한섬의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나오지만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수 브랜드’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가장 먼저 해외에 나간 한섬 브랜드는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다. 2014년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 매장을 연 뒤 현지에서 선호하는 상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패션의 중심지로 꼽히는 파리를 뚫겠다는 전략은 5년 전 한섬을 인수했을 때부터 세웠다. 2년가량을 꼼꼼히 준비해 진출했다. 그 결과 올초 프랑스 명품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시스템'과 ‘시스템 옴므' 매장을 입점시켰다. 올해 하반기에는 ‘더 캐시미어’도 들여놓는다. 톰그레이하운드에 한섬 브랜드를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현지 소비 트렌드를 파악한 것이 자산으로 쌓이고 있다. 중국 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지 유통 사정에 밝은 항저우지항실업유한공사와 시스템, 시스템 옴므의 판권 계약을 맺었다. 올초엔 항저우다사백화점에 남성복 시스템 옴므 매장을 열었고, 2020년까지 중국에 시스템과 시스템 옴므 매장을 50개가량 낼 계획이다. 잡화 브랜드 ‘덱케’는 올초 영국 런던패션위크에 진출한 뒤 쇼룸을 열고 서서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일본 대만 등 5개국 편집숍과 판매 계약을 맺었다. 김 사장은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편집숍 강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의 편집숍 브랜드 ‘폼'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한섬 내 트렌드사업부를 신설한 것도 편집숍을 제대로 키워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수입 브랜드를 잘 골라오는 일, 자체 디자인 상표(PB) 제품을 늘리는 일 모두 한섬 디자이너들이 강점을 지닌 부분이다. ▶김형종 사장 프로필 △1960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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