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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로 남북통합 물꼬 터야…건국 1천100주년 의미 재조명" / 박종기(한국역사학과) 명예교수

박종기 국민대 명예교수 인터뷰 "고려는 개방적·역동적 다원사회"


인터뷰하는 박종기 교수

"고려는 한반도를 실질적으로 통일한 첫 번째 국가라고 생각해요. 고려가 후삼국을 통합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큽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가야사가 동서화합 측면에서 중요하다면, 고려사는 남북통합의 물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중세사학회 고려건국 1천100주년 기념 준비위원장이자 '고려사의 재발견'의 저자인 박종기 국민대 명예교수는 최근 서울 마포구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기자와 만나 "역사학에서 남한과 북한의 역사 인식 차이가 가장 작은 분야가 고려사"라며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신라는 통일한 뒤에도 진골이 권력을 독점해 백제와 고구려 세력을 흡수하지 못했고, 8세기 후반 혜공왕 때부터 분열이 일어났다"며 "고려는 여러 세력을 통합하고 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려는 태조 왕건이 918년 6월 15일 건국해 1392년까지 존속한 왕조다. 청자와 금속활자, 대장경, 나전칠기, 불화 등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역사학계에서 고려는 신라, 조선과 비교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고려에 대한 관심 부족은 식민사학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제는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로 고대사를 왜곡했고, 조선은 당파 싸움으로 망했다며 비판했다. 고려사는 상대적으로 식민사학의 피해가 심하지 않다 보니 해방 이후 학계에서 순위가 뒤로 밀렸다.

게다가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고려의 도읍인 개성이 북한에 포함되자 남한에서는 신라와 조선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박 교수는 "재작년과 작년에 나온 역사학 논문 가운데 고려를 다룬 연구는 7%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고려사는 의외로 연구자가 적고 기반이 취약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했다.

그는 고려사와 관련된 자료의 정리와 후학 양성을 주요 과제로 꼽으면서 고려에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요소들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를 귀족사회 혹은 봉건사회로만 보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다원사회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에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대외 개방 정책을 펴야 하잖아요.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다원사회를 구축했던 나라가 바로 고려입니다. 고려는 명실상부하게 강소국의 힘을 지니고 있었어요."

박 교수는 고려가 다원사회였다는 근거로 외국인을 재상으로 등용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또 외국의 문화를 수용한 뒤 토착화해 우수한 물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고려의 개방성에는 건국 당시의 국제 정세도 영향을 미쳤다. 당나라에 이은 송나라는 960년 중국을 통일하고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쳤다. 고려도 해상무역을 통한 상업 활동을 장려했다. 고려시대에는 송과 원, 거란, 여진이 각축을 벌여 다원적 외교 질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에서 받아들인 3대 명품 문화로 불교, 과거제, 성리학을 꼽은 뒤 "불교는 고려시대에 가장 융성했고, 과거제와 성리학은 고려시대에 유입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려의 문화적 요소가 조선에서 완전히 사라진 시기는 16세기로 봐야 한다"며 두 왕조가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하는 박종기 교수

박 교수는 고려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면서도 한계와 쟁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고려에는 불교뿐만 아니라 유교, 도교 등 여러 사상이 공존했는데, 후기가 되면 사상의 통합에 실패했다"며 "귀족들의 부패가 심해지면서 나라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부정부패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성리학과 도덕정치가 득세했다"고 설명했다.

1170년부터 100년간 이어진 무신정권 시기와 원 간섭기를 어떤 시각으로 해석해야 할지, 무신정권이 추진한 대몽항쟁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한 해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의 대고려전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와 학술대회, 강연이 열린다"며 "이에 발맞춰 학계에서는 금석문 자료를 재판독하고 지난 100년간의 고려사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는 '고려사대계' 편찬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를 계기로 고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정부와 유관 기관의 연구 지원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원문보기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1/02/0200000000AKR20180102160300005.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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