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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한 마리 괴물보다 세 마리 괴물이 서로 싸우게 해야"/윤동호(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국민대 법과대 윤동호 교수. /김영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검찰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린다. 검찰 입장에서는 공수처 설치가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를 통한 힘의 분산이 과도한 요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여론은 반대를 앞선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0월 18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1.4%, 반대는 41.2%로 집계됐다. 앞서 올해 1월 10일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매우 찬성 48.3%, 찬성하는 편 28.6%)이 76.9%, ‘반대’(매우 반대 10.5%, 반대하는 편 5.1%)가 15.6%로 나타났다.

공수처 설치 주장이 등장한 것은 1996년. 하지만 이후 23년이 지나도록 검찰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퇴임 때까지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자체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본질적인 검찰 권한 축소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윤동호 국민대 법대 교수(51)는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것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일일 뿐 (검찰이)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2011년 형사정책연구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의 정당성과 필요성’ 논문을 발표하는 등 공수처 설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법학자 중 한 명이다. 11월 6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 교수 연구실에서 윤 교수를 만났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공수처 설치법안이 올라와 있지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 차라리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내놓는 개혁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한계는 우리가 지금까지 수십 년을 봐 왔다. 검찰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 외부에서 강제로 검찰을 개혁해야 할 상황까지 왔다고 봐야 한다. 검·경수사권 분리안부터 보자.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1차 수사개시권과 종결권을 경찰에게 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프레임을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그마저도 불완전한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등 특수사건은 여전히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 아닌가. 또 막강한 검찰권력이 나오는 핵심은 ‘독점적 영장 청구권’이다. 그런데 이것은 개헌을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설령 개헌을 하더라도 이 조항을 개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이 차지하는 위치는 막강하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나. 국회 법사위 위원 18명 중 10명이 검사 출신이다.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검사도 다수 있다. 이들이 검찰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준다는 것은 또 다른 막강한 권력기관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나는 오히려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 권한을 모두 가져야 한다고 본다.”

-백혜련 의원안보다 더 나아간 주장 같은데….

“분명 수사와 기소 분리원칙에는 반(反)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다른 일반 범죄와 달리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자는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으로 자신의 범죄를 덮을 수 있다. 또 일반인들은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돈을 들이거나 내부 커넥션을 통해 대형 로펌의 유능한 변호인단을 꾸릴 능력이 있다. 그들만을 상대로 수사하는 공수처에는 좀 더 막강한 권력을 줘 대응케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수처가 또 다른 막강한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경찰에게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 경찰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 등은 검찰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불과하다.”

-공수처가 설치되더라도 그 안에서 업무를 담당할 사람들의 수사와 기소 역량이 기존 검찰 특수부 검사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나지 않을까.

“그 지적은 옳지 않다.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은 검찰 조직에서 상당 부분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검찰수사는 검찰 수사관들이 대부분 한다고 봐야 한다. 검사는 수사한 결과물을 검토해 부족한 점을 보강하도록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과도 비교해보자. 경찰은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을 해서 사건을 처음부터 정리해 기소·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다. 흩어져 있는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유·무죄 판단에 필요한 증거를 모으는 작업은 애초에 경찰이 해온 일이다. 현재도 전체 형사사건의 95%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다루는 사건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게다가 검사는 경찰이 이미 잘 정리해 넘긴 사건을 토대로 기소여부를 판단하니 더 나아간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리포트를 쓴 사람보다 그 리포트를 베낀 친구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처럼 말인가.

“그렇다. 애초에 경찰과 검사의 역할이 달랐던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역할만을 보고 무조건 검사가 수사역량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공수처의 독립성·중립성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공수처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재 나와 있는 공수처법안은 국회에서 설치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지명한 자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국회가 더 강하게 개입하면 검찰총장·경찰청장보다 대통령의 영향을 덜 받게 할 수 있다. 다만 권력기관의 권한 오·남용 가능성은 내재적으로 갖는 한계다.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괴물 1개(검찰)를 갖는 것보다 서로 견제하는 괴물 3개(검찰·경찰·공수처)를 갖는 게 오히려 우리 사회에 유익하지 않을까. 물론 권력기관에 대한 최종 통제는 결국 시민사회의 몫이다.”

-우리가 차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 등을 보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막상 개점휴업 사태가 올 수도 있는데.

“한 해에 한 건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사건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또 그동안 은폐돼온 일들이 많을 뿐 공수처가 개점휴업 상태가 될 정도로 사건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또 공수처가 개점휴업이 된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윗물이 맑아졌다는 이야긴데, 그건 좋은 일 아닌가. 공수처가 신설되면 그동안 숨어있던 암수범죄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 더이상 권력을 이용한 은폐가 불가능하고 언젠가 범죄가 적발되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고위공직자 사이에서 확산된다면 범죄예방 효과도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091029001&code=940301#csidxee3f0a6838bfeeeaa62fe681f54fe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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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신문|2019-11-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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