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시아경제]스마트폰 요금제는 왜 스마트하지 않은가/이은형(경영학) 교수

스마트폰의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폐지를 둘러싸고 주말 인터넷 세상이 시끌시끌했다. 발단은 8일 "SK텔레콤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폭발적인 데이터 사용량 증가와 음성통화 끊김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된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이달 중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가 등장한 이후 데이터 사용량 상위 1%의 고객이 전체 사용량의 40%를 차지하고, 상위 10% 고객이 전체 사용량의 93%를 차지할 정도로 데이터 사용량이 소수에 편중되는 부작용이 초래되었다는 것이 폐지안의 근거라고 한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은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통신사가 엄살을 부린다"느니 "이익이 나면 데이터 용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할 것" 등의 비판을 하면서 통신사의 '폐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바로 통신사에서 '대안요금제'라고 내세운 새로운 요금제다. 대안 요금제는 사용자가 음성과 데이터, 문자사용량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형 요금제'가 유력하다고 한다. 모듈형 요금제는 사용자가 필요한 만큼 충분한 데이터 사용량을 보장하면서 24시간 이동통신망에 접속하는 행태는 적극 차단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용량 데이터 사용자를 위해 월정 사용량 중 남은 분량에 대해서는 다음 달로 이월하거나 포인트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통신사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왜 '대안요금제'라고 부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용어는 본질을 호도하는 '잘못된 용어'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에 대한 대안적 요금제도라는 뜻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사실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봐야 한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폐지와 상관없이 통신사는 현재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즉시 개편해야 한다.

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음성통화 400분, 문자 400통, 그리고 데이터사용 무제한'이라는 조건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다. 사실 나는 데이터 사용량은 별로 많지 않아 '무제한 사용'이 결코 반갑지 않았지만 음성통화량이 많아 이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월말이 되면 음성통화량이 남거나 모자라서 또는 문자사용량이 너무 많이 남거나 모자라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무제한으로 준다는 데이터 사용량은 거의 미미하다. 매월 음성통화 및 문자 사용량 그리고 데이터사용량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또 남는 분량을 이월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도 못한다. 스마트폰 요금제가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없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급증세다. 지난 3월을 기점으로 1000만명에 달했고 연말에는 2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이동통신사의 수익도 크게 늘어났다. SK텔레콤의 경우 일반 휴대폰 사용자의 요금이 월평균 3만3000원인 데 비해 스마트폰 사용자는 5만4500원으로 60%가량 높다. KT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매달 1만5000원 정도를 더 낸다. 덕분에 올해 1분기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1조40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동통신사는 스마트폰 요금제를 모듈형 요금제로 바꾸는 것이 사실상의 '요금인하'라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하지 않은 요금제'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될 요금까지 추가로 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3사의 요금제가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비슷해 다른 통신사를 선택할 수도 없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억제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말고 스마트폰 요금제를 '진짜 스마트하게' 개편하기를 바란다.

 

이전글 [조선일보]북한, 미사일 발사나 3차 핵실험 가능성 있다/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교수
다음글 [한국일보]캐나다 유학ㆍ취업 KMU-CEC 프로그램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