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북한, 미사일 발사나 3차 핵실험 가능성 있다/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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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만 해도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4~5월쯤 북한이 다시 대남 도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도 이 예측에 동의했다. 북한이 소규모 대남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과거 북한이 비슷한 경로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는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먼저 도발과 위협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긴장이 극(極)에 달한 다음 회담을 제안하고, 이 회담을 통해서 위기를 완화시키는 조건으로 양보를 받아냈다. 북한의 이런 전술은 여러 차례 성공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금 대남 도발을 하지 않는 이유는 남한의 '강경 대응' 천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이 오판(誤判)이라고 본다. 남한이 말하는 '강경 대응'은 북한의 해군기지나 군사시설 공습을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 집권층에 이런 반격에 의해 죽을 병사나 중·하급 장교들의 생명은 아무 가치가 없다. 1990년 기근 때에 체제 유지를 위해서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의 생명을 희생했던 북한 지배계층은 사병 몇백 명이 죽는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낡은 무기와 구식 군사시설도 그들에게는 별 가치가 없다. 북한 지도부가 지금 소소한 대남 도발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과 나토가 카다피 축출을 위해 벌이고 있는 리비아 작전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이 북한 정권에 대한 적대감은 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북한이 아무리 도발하더라도 전쟁으로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대남·대미 정책계획을 짜왔던 것이다. 북한도 한때 혹시 미국이나 한국이 자신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가진 적은 있다. 9·11 테러 직후나 이라크 전쟁 초기에 북한이 매우 조심스러워졌던 것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북한이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목표가 아니라고 믿게 되면서 대남 도발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3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리비아에서 독재자를 반대하는 세력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북한 집권층은 미국 정부가 국내 여론과 동맹 국가들의 영향을 받고 대규모 군사작전을 갑자기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이 남한을 겨냥하는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적어도 지난 몇 개월 동안 북한 어용언론이 해온 호전적인 선언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치 엘리트는 남한에 대해서는 조용하게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공세를 취할 가능성은 커졌다. 북한 집권 엘리트는 북한은 리비아와는 다르다는 경고를 미국에 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카다피가 공습을 당한 이유는 2003년, 그가 서방의 약속을 믿고 핵무기를 포기한 데 있다는 것이 북한 집권층의 판단이다. 카다피에게 핵무기가 있었다면 나토는 반군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 때문에 북한은 미국에 자신의 힘을 보여주려 미사일 발사나 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리비아 사태는 조만간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그때까지 남·북한 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긴장을 고조하는 정책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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