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태양의 서커스가 공연하는 '바레카이' 국내공연이 막을 내렸다. 퀴담, 알레그리아에 이어 바레카이도 흥행에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내가 태양의 서커스를 처음 본 것은 10여년 전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당시로서는 거금을 주고 공연을 보았는데 그때 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만큼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인 정도를 넘어 충격적이었는데 무엇보다 기존의 서커스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내가 알고 있는 서커스는 '동춘 서커스단'이 전부였는데 태양의 서커스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내게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인간의 몸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동작의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나중에야 공연을 하는 서커스 단원들이 세계적인 체조선수, 다이빙선수 또는 발레리나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처음 공연을 보았을 때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고난이도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었음에도 보기에는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동작은 마치 슬로모션을 보는 것처럼 천천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주 쉽게, 힘들이지 않고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둘째, 아름다운 음악이 공연 내내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작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음악 역시 내게는 경이로운 느낌을 주었다. 특히 무대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서커스인지 뮤지컬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에서 아름답고 조화로운 음악은 공연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간단하긴 하지만 스토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장기 공연되고 있는 미스테르뿐 아니라 퀴담, 바레카이 등 모든 공연은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서커스에서 사자, 코끼리와 같은 동물이 보여주는 '곡예'를 없애는 대신 스토리를 도입하여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어른 관객까지도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었다.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유랑극단에 지나지 않던 '태양의 서커스'는 불과 27년 만에 세계적인 공연기업으로 성장했다. 서커스는 1980년대 캐나다에서도 사양산업이었다. 하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서커스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태양의 서커스는 지금까지 총 1억명이 관람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2010년 한 해 동안 팔린 공연 티켓은 1100만장이며 20여개의 창작 레퍼토리가 매일 라스베이거스, 올랜도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된다. 올해에는 매출액 10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익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의 서커스를 보면 나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서커스단 '동춘 서커스단'을 떠올린다. TV와 영화에 관객을 빼앗긴 채 최소한의 수익도 얻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서커스의 명맥을 이어가는 동춘 서커스단. 그나마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상설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여전히 기존의 전통적인 서커스 공연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와 동춘 서커스단.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두 서커스단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확실하게 있다. 서커스가 사양산업으로 뒤처지던 1980년대에 서커스를 하고 있었다는 점. 그러나 27년이 지난 지금 두 서커스단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는 한 사양산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