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 '언론의 혼란'과 '사회의 혼란' /손영준(언론학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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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요즘처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때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이 터지는 오늘날, 언론 보도는 각자에게 세상과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자산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길을 모를 때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잘 알지 못하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가면 내비게이션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는 것처럼, 새로운 일이 발생할 때 언론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세상을 이해하는 창구인 언론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의 구조적 문제 문제는 언론 보도가 요즘 들어 눈에 띄게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개인 미디어를 포함해 정보량 자체는 크게 증가했지만, 정보의 질은 들쭉날쭉해졌다. 물론 정성스레 준비한 뉴스도 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함량 미달인 기사도 적지 않다.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보의 제공이다. 사람들이 요즘처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복잡한 것은 세상이 그만큼 혼란스러운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 못지않게 언론 보도가 어지럽기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언론의 혼란과 사회의 혼란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이다. 최근 자살 보도는 언론 보도가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는 사례이다. 전직 장관이 어제 또다시 자살을 선택했지만, 언론 자살 보도의 선정성, 자극성은 도를 넘은 지 오래됐다. 안재환, 최진실, 박용하 등 연예인이 자살할 때마다 시시콜콜한 보도 내용이 문제되어 왔지만, 지난달 송지선, 채동하 자살 보도에서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2004년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대로 하면 된다.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자살 보도를 통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곤란하다. 삶을 스스로 거둬들인 자의 이야기가 살아남은 자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자살 보도가 증가하면 실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언론이 자살 보도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높이겠다고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사회적 혼란은 증폭될 것이다. 언론 보도의 혼란이 사회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요인에 인터넷 포털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방식이 일상화되다 보니, 포털에 뉴스를 게재하는 연예, 스포츠지의 선정적, 자극적 기사 쓰기 방식은 언론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고, 요즘 뉴스에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너무 많다. 어떤 때는 뉴스 편집자가 성도착증 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언론의 수익성이 악화되다 보니 적지 않은 기자들이 광고 수주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 일부 기자들은 회사의 비즈니스 일꾼 노릇을 강요 당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 혼란의 기저에는 언론의 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언론 숨 쉴 신문지원 절실 언론 보도가 평정심을 잃게 되면 그 부담은 결국 사회 전체가 지게 된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를 알고 있다. 한국 사회의 발전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이 소중했다면, 그리고 앞으로 미래에도 그 같은 언론의 역할이 기대된다면, 지금 언론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신문지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보수냐 진보냐 같은 논쟁이나 신문 지원안의 적정성을 논하기에
지금 언론, 특히 신문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뉴스가 중요한 자산이라면, 그리고 각자가 이런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론이 숨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은 마련해 줘야 한다.
원문보기: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106/h201106132102302437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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