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세계일보]왜 ‘안철수’였나/홍성걸(정책학전공) 교수

지난 5일간 우리 정계는 전대미문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검토에서 박원순 변호사와의 후보 단일화까지 불과 5일 동안 정치판은 요동쳤고, 안철수 신드롬에 휩싸였다. 정치의 아마추어가 프로들을 쥐고 있다 놓아버린 것이다. 안 교수의 출마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했을 것이고, 일부 정당이나 정치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이 안철수 신드롬을 낳았고, 기성 정치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안철수 신드롬의 가장 큰 원인이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기성정치권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 수년간 여야는 거의 모든 정책이슈에서 끝없이 갈등했다.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 육두문자에 가까운 치졸한 논평, 걸핏하면 내세우는 이념논쟁 등이 반복되면서 국민은 정치권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이렇게 실망을 넘어 절망의 수준에 이른 유권자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출구가 나타났고, 그 출구의 근처에 갑자기 ‘안철수’로 상징되는 ‘희망’을 보게 된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사람들은 누군가가 나타나 그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거기에 ‘안철수’, 그가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왜 하필이면 ‘안철수’였는가. ‘안철수’의 무엇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를 희망의 상징으로 바라본 것일까. 아마도 그의 길지 않은 인생에서 사람들은 신선함과 부드러움,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느낀 것 같다. 의사라는 보장된 직업을 과감히 버리고 당시로는 사업성이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성공적으로 경영한 점이나, 이렇게 얻은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교수로 전직한 것 등은 끝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예이며 동시에 젊은이들이 닮고 싶은 역할모델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청춘콘서트에서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을 시도해 그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토론하고 미래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의 이러한 소통방식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로 보다 쉽고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다. 그렇게 그는 어느새 기성정치권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 마음속에 디지털시대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이제 5일간의 극적인 정치드라마는 막을 내리고 안철수는 가고 없다. 그러나 안철수 신드롬이 정치권에 미친 영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안 교수의 말처럼 그에 대한 지지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는 유권자의 강한 메시지이며, 동시에 기성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이념대결을 피하고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달라는 유권자들의 간절한 요구이며, 만일 앞으로도 이념대결이나 정쟁을 일삼으면 국민들이 하루아침에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안철수 신드롬은 우리 사회에 제3의 대안적 정치세력의 등장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만일 안 교수가 시장 직에 출마했다면 어찌 됐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혹독한 검증절차를 거치고 수많은 공개토론을 통해 그의 신선함이나 이상은 제도권 정치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 교수가 출마 의사를 접은 것이 오히려 기성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될 수 있다. 안철수 신드롬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국민들이 기성정치권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것이 기성정치권의 깊은 반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원문보기 :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10907005675&c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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