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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즈] 재정 건전성이 우선이다/김종민(경제학과) 교수

시장은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경쟁을 미덕으로 삼는 체제하에서는 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낙오되는 사회 구성원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 경우 적절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여, 이들이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하게 지원하는 일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사회 복지제도의 의미이다. 따라서 복지제도는 선택적일 수 밖에 없으며, 복지 제도가 선택적일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재원이 한정적이지 않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 것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하는 이에게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주면 된다.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이제는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며, 이러한 판단은 가치관을 배제하고는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이 아니다.

새해 벽두부터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무상급식ㆍ무상의료ㆍ무상보육으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무상 복지 시리즈와 이를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집권당의 평가가 마치 마주 달리는 기차와 같은 형국이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이미 저소득층에게 제공되고 있는 혜택을 소득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해당 자녀를 둔 모든 가정으로 혜택을 넓히자는 주장이어서 복지제도의 혜택을 모든 사회구성원으로 확대하자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상의료의 경우는 이 두 정책과는 차이가 있어서 무상의료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닌 보장성을 확대하자는 의미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무상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누구나 아플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선택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보다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아 보편적 복지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기도 하다.

민주당의 입장은 이러한 정책들은 우리나라가 마땅히 지향하여야 할 방향이며, 이러한 정책을 위한 재원마련도 증세를 통한 추가적인 세수 확보 없이도 현 지출 구조를 합리적으로 수정하기만 하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한정된 재원의 분배에 있어서 보편적 복지의 실현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 이해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한나라당은 이러한 정책들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다른 정책들을 포기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라서, 이를 무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유권자들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며, 지금은 보편적 복지를 추구기 보다는 선택적 또는 맞춤형 복지를 시행하여야 할 때라는 것이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진보와 보수 진영이 가치관의 차이를 명백하게 드러낸 정책적 대결구도를 나타냄으로써 사회 구성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금의 논쟁은 매우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무상 복지에 대한 현 논의는 다분히 감정적인 측면이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무상 보육은 이미 지난 대선 대통령 공약으로 유사한 내용이 주장된 바 있으므로 재원마련의 이견만 좁힌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이고, 의료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한나라당의 경우도 적정 수준과 재정확보의 문제이지 확대의 논의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논쟁의 출발이고, 가치관의 충돌이 첨예한 이슈는 무상급식이다.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한 연간 소요재원의 추정치는 약 1조원 가량으로 보수진보 양 진영의 주장이 거의 일치하기 있으며, 이 정도는 지출 구조를 재조정하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이견은 없는 듯 하다. 다만 그러한 조정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양 진영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을 뿐이다. 한정된 재원을 무상급식으로 혜택을 볼 중상류층까지 제공할 이유가 없으며 보다 시급한 시설 투자 등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은 선택적 복지 혜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설득력이 있다.

교육은 우리세대가 후세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이다. 개개인의 판단 및 형편에 맡기는 경우 충분한 학습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을 우려가 있으므로, 일정 수준의 교육을 의무화하여 모든 대상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그 비용은 사회가 세금을 통해 징수하여 해결한다. 부유층 자녀라고 해서 교육비를 추가로 요구하지 않고, 교과서를 유료로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급식을 복지 혜택의 하나로 보기보다는, 교육의 연장이며 학습권의 일부라고 판단한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옳다. 바꾸어 생각하면,한나라당이 감세를 통하여 소비를 활성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대상도 무상급식으로 혜택을 받을 바로 그 계층이므로, 무상급식은 부자감세와 유사한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감정적인 논쟁보다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복지를 뒷받침해주는 재정 건전성의 확보는 정치적 쟁점을 떠나 최우선에 두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487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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