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경제]민주주의 흔드는 政資法 개정안/이호선(사법학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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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lobby)'라는 말에는 대중에게 개방돼 있는 의원 면담실이라는 뜻이 있다. 대의민주제 하에서 국회의원의 문은 항상 국민에게 열려 있는 것이 정상이고,또 그래야만 마땅하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전지(全知)의 존재가 아니므로 입법 로비는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현장의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놓치기 쉬운 중요한 정책적 쟁점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중요한 통로이다. 로비를 청원권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비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로비가 일반화되면 공공의 이익보다는 특수한 집단이나 단체의 이익이 추구되고 정책결정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이 초래됨으로써 소수의 이익 속에 다수가 함몰돼 무력한 피해자로 내동댕이쳐질 우려가 매우 높아지게 된다. 두 번째로 로비는 사회적 의제설정 단계에서부터 이뤄지므로 공적 관심사를 왜곡하고 정치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이기적 속성들이 생산적 활동에 쓰여야 할 자원을 엉뚱하게 소진시켜 사회적 후생을 감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로비가 은밀히 이뤄질수록,그리고 그 감시가 어려울수록 그 얼굴은 더욱 더 음험해질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1946년 로비규제법을 만들었던 미국은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1995년 로비공개법을,2007년에는 다시 '정직한 리더십 및 열린 정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그런데 로비의 투명성 담보에 관해 사회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지금 우리 국회가 화기애애한 합의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신속하게 소관 상임위까지 통과시킨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일반적인 로비에 더해 후원금이라는 실질적인 뇌물도 합법화하고 있다. 국회의원 본인이 자신의 소관업무와 관련해 받는 후원금은 적법한 정치자금으로 간주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니 앞으론 로비하려면 '맨입으로는 안된다'는 점을 은근히 광고하는 셈이다. 미국식의 투명성 제고에 관한 고민은 전혀 없고 오직 현금 로비와 스폰서 로비를 제도화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밝힌 그 어떤 이유보다도 로비,그것도 현금이 뒷받침되는 로비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허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1인 1표의 등가원칙은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나 적용될 뿐,그 이후 입법 과정에서는 소액 분산 후원을 할 수 있는 기업이나 각종 이익단체의 입장만 반영될 확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합법화된 현금로비가 성행할 경우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대신 정치권 로비라는 변칙 과정에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우려도 크다. '경제적 자유'가 반드시 '경제적 민주'를 촉진시킨다고 볼 수 없고,'정치적 민주'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를 든다면 바로 후원금을 통한 로비다. 현재 여야 의원들이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동료들을 구하려고 그 처벌 근거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고 있다는 그 몰염치함에 대한 비난은 어느 면에선 매우 사소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칫 민주주의 근간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 지도부에서 여론의 역풍으로 한발짝 물러난 상태이긴 하지만 애초엔 개정안에 대한 찬반을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일찍이 보지 못했던 입법부 내에서의 극히 민주적인 '자유투표행위'가 민주정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데 이용될 판이다. 그리 된다면 대의민주제의 자기존재에 대한 부정이요,국민에 대한 조롱이다. 청와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고 하는데,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이전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분명한 입장이 나와야 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308395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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