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극작가 겸 배우 김혜리 한국 관객을 위해 모노드라마 재 작업

할머니 한 분이 앉아서 여자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할머니는 ‘죽기 전에 모든 위안부들의 얼굴을 그리겠다’고 말한다.
“잊으려고 애쓰고 싶지 않아. 이제는, 기억하기 위해서 얼굴들을 그릴 거야.”

세계 2차 대전 중, “위안부”라고 불렸던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페이스는 이렇게 시작된다.

미국과 영국에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바 있는 연극 “페이스”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지난 화요일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 여성 프라자에서 열린 제 100주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행사에서 공연되었다. 

한국의 연극 관객들도 곧 연극 “페이스”의 한국어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극작가 겸 배우 김혜리는 영어로 공연되었던 페이스를 한국어로 재작업 중이며, 오는 9월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페이스는 이제는 80세가 된 주인공 할머니가 위안소로 끌려가게 된 이야기, 위안소에서의 경험, 그리고 일본의 공식 사죄를 받기 위한 싸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한국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아이오와 대학 연기과로 편입한 후,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한 김혜리씨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읽고 이 연극을 만들게 되었다.

“할머님들의 증언은 저를 완전히 뒤흔들었어요.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문제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일 뿐만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픈 경험이라는 것을 깊게 느꼈어요. 개인적이고, 실제적이고, 고통스럽게 강렬했어요.”   

할머님들의 증언에서 감동을 받고, 김혜리씨는 용기 있는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세계무대에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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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얻기 위한 할머님들의 끊임없는 싸움은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끊임없는 생명력을 가진 인간 정신의 훌륭한 본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페이스는 먼저 뉴욕의 솔로노바 페스티발에서 2009년에 선보였고, 2010년에는 에딘버러 프린지 국제 연극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

미국에서 10여 년 동안의 연기 경험을 가진 김혜리는 현재 국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한국 국립극단에서도 수업을 진행하며 프로페셔널 배우들도 훈련하고 있다. 

김혜리씨는 극단 ETS를 통해 두 개의 새로운 공연을 서울의 관객들에게 선 보일 예정이다.  먼저 4월에 선보일 공연 “나이팅게일의 소리”는 강간 방화 사건으로 숨진 소녀, 가해자인 13세 소년,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이다. 이 이야기 역시 작가 김혜리씨가 2010년 신문에서 읽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만든 창작극이다.

지금까지 두 개의 연극이 한국의 근 현대사와 사회적 사건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이런 비극을 통해 인간의 공통적인 문제들에 대한 의미를 찾고 싶다고 김혜리씨는 말한다.

김혜리 교수는, “연극 나이팅게일의 소리는 처음에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문제와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 자체에 더 초점을 두었어요. 그런데 작품을 계속 발전 시키면서, 범죄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질문, 죄의식에 둔감한 인간, 그리고 상실의 회복과 삶에 대한 질문들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난 구체적 사건에 대해 쓴 작품이지만,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는 인간 공통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극단 ETS는 작품을 4월에 서울에서 공연하고, 7월에 뉴욕에서 한국과 뉴욕의 배우들이 공동 참여하는 영어 버전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이팅게일의 소리”는 4월 14일부터 24일 까지 대학로 까망소극장에서 상연된다.

김혜리 교수는 앞의 두 공연보다는 훨씬 가볍고 즐거운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연극 “욕조 연극”도 올해 안에 창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페이스”의 정확한 공연 날짜는 추후에 공고될 예정이다.

원문보기 : http://www.koreaherald.com/entertainment/Detail.jsp?newsMLId=2011030800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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