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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O2/우리 몸과 운동 이야기]공해와 체력단련/이대택(체육학부) 교수

약간만 달려도 호흡량 10배 ‘허걱’… 공해보다 황사가 훨씬 해롭다
 
필자는 미국 올림픽트레이닝센터, 우리로 말하자면 태릉선수촌과 같은 기관에서 1년간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때였다. 당시 미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베이징의 공해 문제를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이들의 걱정은 당연했다. 1980년 제22회 모스크바 올림픽 육상 800m 우승자인 영국의 스티브 오벳의 사례 때문이었다. 그는 4년 뒤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스모그로 인한 기관지 천식의 영향으로 800m에선 8위에 그쳤고, 결국 병원 신세를 졌다. 이후 1500m 결선에서는 뛰는 도중 경기를 포기했다. 가슴 통증을 견디지 못해 기권한 것이다. 악명 높은 로스앤젤레스 공해의 경험은 스포츠과학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고, 베이징은 그 긴장의 연상선 위에 있었다.

○ 공해가 선수들의 기량을 떨어뜨린다?

스포츠과학자들은 베이징의 공기가 깨끗해질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으로 선수들에게 공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공기가 깨끗한 인근 국가의 도시에 훈련캠프를 설치하고 베이징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라 △베이징에 도착해 적응 훈련을 할 때는 공해물질을 거를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훈련하라 △천식에 민감한 선수들을 위해 적절한 의약품을 미리 준비하라.

일견 효과가 있을 것 같은 대책들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구체적인 수치가 없으며 정밀하고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피하고, 최소화하고, 문제가 생긴 사람은 치료하자는 원칙만이 있다.

그 배경에는 공해가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미미하다는 사실이 있다. 사실 우리는 선수의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공해물질의 최소 농도나 노출 시간을 모른다. 공해물질이 선수의 능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연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연구의 결과는 공해물질의 농도를 몇 배에서 몇십 배까지 올린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그런 환경에 노출될 확률은 거의 없다. 낮은 농도의 공해물질을 장시간 흡입하면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오염된 공기의 영향은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비슷한 수준의 공해라도 어떤 선수는 민감하게, 어떤 선수는 전혀 무감각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스포츠란 분야는 모든 선수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천식이 있다고 해서 특정 국가 또는 도시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천식이 있는 사람은 원래 운동능력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지어 경기 중에 호흡곤란을 경험하는 선수라 하더라도 경기력은 충분히 우수한 경우가 많다. 아니, 심지어 일부 수치만 고려한다면 그런 사람들의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도 있다. 운동 후에 유난히 숨이 차는, 운동유발성 천식이 있는 미국 대표선수들은 전체 선수단의 약 3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이 따는 메달은 전체의 25%에 해당한다.

싱겁게도 베이징의 공기는 우려와 달리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고 한다.

○ 입으로 호흡할 땐 여과 효과 거의없어

앞에서 공해가 운동능력을 분명히 떨어뜨리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운동하는 사람이 흡입하는 공해물질의 양은 정확하게 측정할 수가 있어 운동할 때 참고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도시의 공기가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나라 도시의 공기는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도시의 공기가 생각보다 더 깨끗하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길거리의 대기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전광판의 수치들은 사람들이 안정적일 때, 즉 보통의 호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계산을 한번 해보자. 보통의 호흡에서 사람들은 1분에 약 6L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조금 빠른 조깅을 하는 경우라면 약 60L의 공기를 호흡한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같은 농도의 유해물질이라도 호흡에 따라 허파로 들어가는 양이 10배나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30분 동안 빠르게 조깅을 할 때 우리 몸에 유입되는 유해물질의 양은 안정적인 보통의 호흡에서 300분 동안 호흡할 때 들어오는 양이다.

주의할 게 또 있다. 바로 코 호흡과 입 호흡의 차이다. 인간은 신체가 안정적일 때 코를 통해서만 호흡을 한다. 그러나 호흡량이 분당 30L(가볍게 조깅하는 정도의 상황)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입으로도 호흡을 하게 된다. 코만으로는 호흡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기가 입을 통과할 때 생긴다. 코는 대부분의 오염물질과 먼지를 거를 수 있다. 따라서 코로 호흡할 때는 아주 작은 것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먼지가 코에서 걸러진다. 그러나 공기가 입으로 통과하는 경우에는 여과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도시에서 어떻게 운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일단 호흡기 질환이 없다면 걱정하지 않을 것. 정녕 걱정이 된다면 공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고, 전광판의 오염 수치를 운동의 기준으로 하지는 말며, 입 호흡이 약점이란 점을 명심할 것 등이다. 마지막으로 봄철을 앞두고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황사를 더 두려워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번은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대학원생과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들고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북악터널을 통과한 적이 있다. 터널을 지나는 차량들의 창문은 꼭꼭 닫혀 있었다. 터널 입구에서 열어놓았던 창문을 급히 올리는 차량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터널 안의 공기가 더럽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측정장비의 수치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중국 대륙으로부터 황사가 몰려온 날에 대기 중 미세먼지를 측정했더니 측정량이 매우 높이 올라갔다. 최소한 먼지 수준에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보다 황사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20302/44474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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