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매일경제] [저자와의 대화] `고전소설 인물사전` 펴낸 조희웅 교수/조희웅(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햄릿형 인간이다. 오이디푸스형 인간이다. 이렇게 서양 고전의 인물로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 고전은 심지어 홍길동이 어떤 캐릭터인지도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요. 그는 단지 호부호형을 못해서 집을 나간 인물이 아닙니다. 그런 아쉬움에 이 험난한 작업에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발로 뛰며 자료를 모았다. 구할 수 있는 우리말로 쓰인 고전소설을 죄다 구하니 882편.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무려 2만1844명에 달했다. 소설마다 등장하는 방자, 기생, 여종 같은 항목별 용어까지 정리했더니 2만7314개가 됐다. 3권의 주석집과 참고 원전 목록 1권을 포함해 25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한국 고전소설 등장인물 사전`(지식을만드는지식)을 펴낸 조희웅 국민대 국문과 명예교수(70)는 "우리말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 사전에 다 들어 있다"고 말했다.

워낙 어마어마한 작업이다보니 10여 년을 꼬박 매달렸다. 혼자 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어서 3년간은 한국학진흥연구원의 연구과제 지원을 받아 연구원들과 동고동락했다. 완성된 원고를 정리하는 데만도 2년이 걸렸다. 그는 "어떤 작품은 도서관에서 구할 수 없어서 개인을 찾아가기도 했고, 10년 전 853편을 예상했던 작품 목록도 자료가 추가로 발굴되면서 882편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가 소설 속 인물에 빠진 이유는 뭘까. 이가 빠지듯 몇 장씩 원본이 소실된 고전을 읽다보니 인물사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계기. 사전이 있으면 판본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책을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사전을 편찬하다보니 우리말 고전소설은 정말 깊이도 깊었고, 폭도 넓었다. 작가 연대 미상의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이라는 대하소설은 무려 180책이나 됐다.4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해 읽다보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는 "`김영철전` `황생전` `방할림전` 등은 지금 독자들이 읽기에도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고전이 재미없고 어렵다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면서 "셰익스피어 같은 외국 고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늘날 모습을 과거에 거울처럼 비춰 보기엔 우리 고전만 한 게 없다"고 했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795563

출처 : 매일경제 기사보도 2012.11.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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