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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기고]자전거와 생명..'느림'과 '살림'을 생활화하자/박삼옥(정보법학과 석사) 동문

살아가면서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본다. 하나는 속도에 관한 것으로 '빠른'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느린' 것은 언제나 나쁜 것인가라는 것이다.

우리가 '빠르다'라고 말할 때 곧 바로 떠오르는 긍정적인 단어는 '발전'과 '성취' 같은 것이고 부정적인 것은 '긴장'과 '위험' 같은 것이다. 그리고 '느리다'의 긍정적인 단어는 '여유'와 '살핌' 같은 것이고 부정적인 것은 '낙오'와 '패배'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빠름'을 추구한 결과 문명은 '발전'하였고 물질적인 '성취'는 어느 정도 이루고 있으나 '긴장'과 '위험' 속에서 '느림'의 장점인 '여유'와 '살핌'은 잃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또 하나는 자연과 사물의 인식에 관한 것으로서 자연과 사물은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하느냐의 여부다. 자연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생명의 자양분을 받고 있는 탯줄이며 생명의 텃밭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과 사물에 관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인식론-즉, 사유의 틀을 '존재'(있음)에서 '생명'(살아 있음)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라는 지구촌시대의 최대 과제는 '더불어 삶'이다.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가 평화롭게 더불어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와도 더불어 살아야하고, 생명이 없다고 간주되는 무생물과도 조화와 균형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렇듯 21세기 최대의 화두는 '생명'인 것이다. 우리는 사유나 인식의 틀에서 '죽임'과 '살림'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즉, '죽임'에서 즉각 떠오르는 것은 파괴, 살생, 오염 같은 것이고 '살림'에서 떠오르는 것은 상생, 활력, 소통 같은 것들이다.

서양 사람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죽임'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소비는 미덕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소비가 미덕이 되려면 욕망을 부추겨야 한다. 없는 욕망도 만들어 낼 필요가 있고, 쓸데없는 물건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구입하도록 계속 조장해야 한다. 이것이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생산과 소비의 구조다. 이런 현상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인 자연도태, 적자생존, 우승열패의 원칙이 빚어낸 결과들이다.

자전거는 '생명'이다. 자연과 환경을 살리는 '살림'의 탈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빠른' 것은 위험하고 '느린' 것은 안전하며 살리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가치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실생활에서는 '느림'보다는 '빠름'을, '살림'보다는 '죽임'을 선호하면서 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빠름과 죽임'의 상징인 자동차적 사고와 생활습관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느림과 살림'을 지향하는 자전거적 사고와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함께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원문보기 : http://bike.mt.co.kr/articleView.html?no=2013011709273449027

출처 : 머니투데이 기사보도 2013.01.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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