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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기고] '탈북 가로막기' 나선 김정은/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통일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전년인 2011년에 비해 55.7%에 불과한 1508명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감소한 이유가 북한 경제 상황의 개선이나 중국 공안의 탈북자 단속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북한 경제가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도, 중국 공안이 탈북자들을 잡아들이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 경제가 차츰 나아지기 시작한 지는 7~8년이나 되었지만 작년까지 탈북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탈북자 급감을 가져온 새 변수는 김정은 등장 직후의 국가 경비(警備) 강화이다. 북한 당국이 15년 동안 거의 통제하지 못했던 북·중 국경을 건너기가 최근에는 많이 어려워졌다. 김정은은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 강화에 애쓰고 있다. 적지 않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이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탈북자 친구나 브로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당한 뇌물을 줄 능력이 있는 장사꾼이나 강을 건널 수 있지, 북한 서민에게 도강(渡江)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또 북한은 김정일 시대에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탈북 문제를 더 이상 무시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탈북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선전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북한 매체는 박인숙씨 등 탈북했다가 재(再)입북한 사람들을 기자회견을 통해서 북한 주민에게 소개했다. 회견 내용을 보면 기본 메시지는 "남한이 잘사는 나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출신은 남한 사회에서 차별과 무시를 당한다"는 주장이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선전 활동을 이용하여 풍요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알려진 남한의 매력을 억제할 것을 바란다.

김정은 집권까지 탈북자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던 노동신문이 재입북한 탈북자들에 대해 긴 기사를 싣기 시작한 것은 북한 정권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새로운 정치 노선은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 현상 유지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의 입장에서 남한 생활에 대한 지식 확산은 치명적인 위협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경제발전을 강조하고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방법으로 선전한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북한만큼 경제부문에서 실패한 국가를 찾을 수 없다. 북한 주민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정권과 집권 계층에 대한 짜증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쇄국(鎖國) 정치를 체제 유지의 기본 조건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 유지에 탈북자들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탈북자들을 통해 얻는 남한 생활에 대한 지식이 개인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더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대북방송이나 삐라를 선전 수단으로 생각하고 남한 드라마마저 의심하는 북한 사람에게도 같이 자라나서 친했던 탈북자의 이야기와 경험은 신뢰성이 높다.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탈북 가로막기'를 생존 조건 중 하나로 생각할 것이다. 그들의 탈북 억제 정책이 성공한다면 체제 안정을 강화하고 장기 현상 유지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국민은 이러한 성공을 환영할 리 없다. 북한 정권이 개혁과 변화를 피하면 세월이 갈수록 남북 경제 격차가 더욱 커지고 북한 경제·사회 구조의 시대착오적인 성격이 강화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6/2013011602969.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보도 2013.01.1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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