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이 세상 모든 미디어 중에서 사람의 가슴에 던지는 가장 크고 묵직한 돌이라고 생각해요. 저자의 인생이 내 몸에 부딪치는 겁니다. 그런 돌을 여러분 가슴에 계속 던져 보세요. 그리고 어떤 파문이 이는지 조용히 따라가 보세요."
6일 오후 3시 국민대 학술회의장. KBS 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나영석(37) PD는 돌덩이라는 낱말에 독서 경험을 압축했다. 250석 객석으로 모자라 통로와 바닥까지 학생들이 가득 찼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리더스 콘서트의 하반기 두 번째 강연자인 그는 '나만의 책, 나만의 스토리'를 주제로 읽기의 추억을 들려줬다. 이야기는 '커밍아웃'으로 출발했다.
"대학 행정학과에 들어갔는데, 공부는 못 따라갔고 불평만 늘었어요. 만날 술 먹고 싸우고 친구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잡았지요. 1주일에 두세 권, 장르 안 가리고 1년을 읽었더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웃음)."
독서에서 '커밍아웃'이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깨닫고 정직하게 밝히는 것이다. 나영석 PD는 "당시 책 좀 읽고 아는 척하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풍토가 있었고, 데리다·푸코·비트겐슈타인을 독해하느라 힘겨웠다"면서 "결국 나에게 울림을 주는 책은 '영웅문' 같은 김용의 무협지들이거나 만화 '슬램덩크'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때 깨달은 거죠. 아, 나는 단순하고 쉬운 스토리에 매료되는 사람이구나."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을 구독한다는 나 PD는 "두 개의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고 자아분열이 온다"는 농담을 던지며 신문기사와 인터넷뉴스도 분명하게 차별화했다. "신문기사는 인터넷보다 진지한 필터링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으로 댓글 많이 달린 뉴스, 남들도 다 아는 것만 따라가서는 특별한 경험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서 "종이 신문을 읽어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며 여러분만의 주석,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140자 트윗으로 보는 세상과 책이나 신문으로 아는 세상은 깊이와 넓이가 다르다"고도 했다.
그는 대학 4년 내내 연극반 활동을 했다. 하지만 방송국 PD 시험을 볼 때 드라마가 아닌 예능 쪽에 지원한 것은 "단선적이고 권선징악인 스토리가 날 매료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취향에 맞지 않았단다. "위기를 극복하고 드디어 저녁밥을 먹게 되는 것, 복불복에서 역전해서 드디어 간신히 실내에서 자게 되는 것, 그런 단순한 스토리가 좋아요. '1박2일'이 억지감동을 자아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고백할게요. 저, 억지감동 좋아해요(웃음)."
강연이 끝나고 "멘토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런 건 없었다. 인풋(input·투입)이 달라야 아웃풋(output·결과물)이 다를 수 있다"면서 "책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는 게 경쟁에 유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06/2012090602985.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보도 2012.09.0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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