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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고] 자동차산업 사활 정부와 국회에 달렸다 / 유지수 총장
유지수 총장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지난해 총 452만대 자동차를 생산했는데 이는 전 세계 생산의 5.2%를 차지하는 숫자이며 9년 연속으로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갖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안심은 금물이다. 세계 5위 생산국이 됐지만 생산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이 감소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점점 불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자동차회사가 안방을 멀리하고 굳이 외국에서 공장을 세워가며 고생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조업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작년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국내 생산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었다. 통상임금은 모든 기업, 특히 제조업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통상임금을 기초로 각종 수당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잔업과 휴일특근이 많은 제조업은 통상임금이 커지면 잔업수당과 휴일특근 수당도 자동적으로 커지게 된다. 작년 대법원이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면 상여금이라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판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추가로 인건비를 지급하게 됐다. 기업은 생산성이 향상된 것도 아닌데 인건비는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외국계 자동차회사는 한 술 더 떠서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겠다는 `통 큰 제의`를 먼저 실행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회사는 전략이 강하고 일본 회사는 현장에 강하다고 평한다. 따라서 이번 선도적 행위는 전략에 탁월한 외국계 자동차회사의 치밀한 계산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스포츠이든 자신이 잘하기보다 상대가 못해야 게임이 쉽게 풀린다. 치열한 기업 경쟁도 마찬가지다. 결국 기업경영은 경쟁에서의 승리를 추구하는 것인데 상대방 식탁에 `재 뿌리기 전략`이 때로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외국계 자동차회사는 상여금 지급에 고정성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 기왕 줄 것이므로 선도적으로 시행하여 `착한 기업`으로 보이는 효과를 노리고 경쟁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훌륭한 `일거양득` 전략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자동차회사의 선도적 제의를 국내 노조는 대환영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노조의 연합은 토종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마치 삼국시대 나ㆍ당연합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집단은 중소 부품업체들이다. 만일 자동차회사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공급생태계에 있는 부품업체도 덩달아 인건비 상승의 쓰나미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며 기술력 증진과 설비에 투자를 더해야 하는 부품업체가 인건비를 더 지출해야 하니 말이다. 원투 펀치에 어퍼컷까지 맞는 셈이다.

비단 자동차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조선ㆍ철강도 심각한 노조의 하투(夏鬪)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건설산업과 보건의료산업도 노사분규가 심각해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크다. 작년 대법원 판결 이전에 입법을 했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수수방관과 국회의 당파 간 충돌 앞에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싫든 좋든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은 제조업이다. 서비스산업이 단기간 내에 제조업을 대체할 것 같지 않다. 결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기반을 잘 유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제조업의 강점을 우리 자신들이 부수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제조기업 내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정부와 국회의 멋진 역전 만루 홈런을 기대해 본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자동차산업학회 명예회장]

 

원문보기 :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10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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