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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칼럼]이제 `자동차 한류` 만들자 / 유지수 총장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독일과 일본 등 제조업이 강한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경제 성장과 함께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적인 내연기관을 갖춘 첫 자동차는 독일의 칼 벤츠가 발명했다. 자동차는 독일에서 발명됐지만, 대중화는 미국에서 실현됐다. 헨리 포드가 1908년 ‘모델 T’를 싼 가격으로 생산했기에 대중화가 가능했다.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포드는 그 당시 다른 산업에 비해 두 배에 육박하는 임금을 지급했다. 자동차 회사인 포드가 미국 중산층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자동차 생산이 상당히 늦었다. 1955년 최무성의 국제공업사에서 ‘시발자동차’를 내놨다. 당시 김영삼이라는 희대의 기술자가 처음으로 엔진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그 당시 엔진은 설계도면도 없이 미국 군용차 엔진을 모방해서 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고유 엔진을 개발한 것은 1991년에서야 가능했다. 벤츠가 엔진을 발명한 지 105년 만에 우리나라도 엔진을 갖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늦게 출발했지만 이제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또 얼마 전 취업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로 자동차 회사가 뽑혔다. 자동차 산업이 경제적 기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가 가장 선호하는 산업이 된 것이다.

이제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또 제조산업만도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이면서도 유통, 금융, 보험과 같은 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전시, 예술, 공연과 같은 문화콘텐츠 산업과 연계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동차를 문화 콘텐츠 산업과 연결하고 있다. 특히 독일 자동차 회사는 앤디 워홀, 제프 쿤스와 같은 예술가를 참여시켜 자동차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이는 자동차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뮌헨에는 BMW 월드와 같은 자동차 문화 콤플렉스가 있다. 연간 300만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회사 쪽에서 보면 입장료 수입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마케팅 효과를 생각하면 입장료는 아무 것도 아니다.

미국도 자동차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교외에 대형 쇼핑몰이 생기게 된 것은 자동차 대중화 덕분이다. 미국 도시가 상업지역인 다운타운과 주거지역인 업타운으로 분리된 계기도 자동차 대중화에 따라 형태가 바뀐 것이다. 자동차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으며 당연히 인간 행위에도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가장 중요한 요소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는 인간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환경 규제도 충족시켜야 한다. 자동차 개발에 수년이 걸리고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것은 바로 성능과 안전 및 환경 규제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는 이미 이런 HW와 SW 변수를 충족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적 자동차 회사 간에 차별화가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별화를 위한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는 문화 상품으로 변신해야 차별화가 가능하다. 이미 자동차는 예술과 문화가 융합된 문화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 행위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이는 곧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 디자인은 단일 제품 외형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 회사 이미지, 브랜드, 제품 그리고 사회문화와 융합이라는 총괄적 관리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문화 디자인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각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는 진정한 창조경제라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는 결국 일자리라는 산출물을 내야 한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분야를 잘 선정해야 일자리가 창출된다. ‘자동차 문화 디자인’이야말로 가장 좋은 일자리 창출 분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 회사 혼자 힘만으로 부족하다. 특히 사람이라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청년실업이 15년 만에 11.1%로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청년들이 갖고 있는 ‘끼’를 발휘하도록 도와 우리나라가 자동차 한류, ‘K-오토 웨이브(Auto wave)’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5051900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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