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G2 사이 양국은 같은 배 탔다…하나의 공동체 만들어야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韓·日관계 서서히 호전될 것…새로운 리더십 등장 기대하자
日이 군사대국화 추진하는 건 韓·中이 두렵다는 반증이기도
문화·관광등 시민사회 교류 어려운 상황속 긍정적 신호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았다. 수교 이후 반세기 동안의 양국 관계를 돌아보는 시선에는 우려와 희망이 늘 교차했다. 일보 전진이 있으면, 일보 후퇴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일본과의 마찰이 극에 달했다. 냉랭해지기만 한 동북아의 분위기 속에서 한·일 관계의 새로운 50년은 어떻게 열어야 할까. 국내 대표적인 인문학자와 일본 전문가들이 고견을 나눴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낸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70), ‘먼 나라 이웃나라 : 일본편’을 통해 일본의 역사와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해 고찰했던 이원복 덕성여대 명예교수(68), 최근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라는 책을 낸 국내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53·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52·일본학연구소장)가 한·일 관계의 ‘과거와 미래’를 돌아봤다. 이들은 “정치적 문제와 경제적 협력은 분리 대응하라”고 의견을 모았고 동시에 “남아 있는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양국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교 이후 반세기 동안 한·일 관계를 돌아본다면.

▶이원덕 교수〓최근 한·일 관계가 역사상 최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레토릭적 성격의 평가다. 1970년대 중반엔 문세광 저격, 김대중 납치 등 사건 때문에 일본과 단교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일 관계는 1990년대부터 개선되기 시작해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한류 붐 등 2000년대에 많이 나아졌다. 최근 한·일 관계가 2000년대에 비해 매우 나빠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악은 아니다.

최근 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근본 원인은.

▶이원복 교수〓지금 세계 선진국들은 과거로 돌아가는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는 ‘모순의 시대’다. 유럽에서도 과거 세계화에 앞장섰던 프랑스 영국이 해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극우화하고 있고, 일본을 지배하는 정서도 ‘공포와 불안’이다. 극우화는 일본뿐 아니라 21세기 과거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미국도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차지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흐름이 100여 년 전과 비슷하지만 일본이 유럽과 다른 건 군사대국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한국에 대한 공포심에서 비롯되고 유사시에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되려고 한다.


양국 간 관계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이원복 교수〓‘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고는 하지만 역사의 흐름이라는 게 불규칙하게 변하고 있고, 일본 입장을 볼 필요도 있다.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를 가로막는 제일 큰 문제인데 일본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본은 과거 사무라이 시대에도 할복을 하고 문제에 책임을 진 건 쇼군이 아닌 하급 무사였다. 그런 전통 때문에 위안부 문제도 일본의 책임을 추궁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이 상황이 지속할 수는 없다. 현명하게 풀려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현재로서 최선의 방안은 정상회담 개최다. 일본과의 단독회담이 부담스럽다면 중국을 끌어들여 한·중·일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화·경제 분야에서 정상회담 없는 관계 정상화도 고려해봄 직하다. 다만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양국 관계 개선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건 외교적·전략적으로도 하수에 해당한다. 한·일 문제를 모두 위안부 문제에 묶어두는 건 비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얘기다.

일본은 장기 경기 침체, 중국 성장에 따른 열패감, 3·11 대지진 등을 겪으면서 패배 의식에 젖어 있다. 쫓기고 있는 일본에 과거사로 몰아쳐봐야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면 과거사 문제는 일본 쪽에서 성의를 보일 것이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은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적기다. 이때를 놓치면 한·일 관계 악화가 구조화될 수 있다.

새로운 50년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원복 교수〓국민 정서라는 벽이 존재하고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게 양국 관계다. 안타깝게도 앞으로도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쉽게 풀리진 않을 것이다. 아베가 총선에서 승리했고, 평화헌법 폐지도 힘을 받고 있어서 우리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동북아 질서를 감안하면 한·일 양국은 같은 배를 탄 셈이다. 미·중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양국이 협력하면 인구 2억명의 공동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싸움 와중에 서유럽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일이 그걸 해냈으면 좋겠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고도의 산업기술력 등 한·일 양국이 공통점이 많은 만큼 협력만 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역사 문제 때문에 잘 안 된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일본이 먼저 반성하고 우리가 관용을 베풀면 가능한 일이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58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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