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마지막 호명된 비틀스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와 놀겠다” 엔딩 달궈 / 조현진 (미래기획단장)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식 참관기
명예의 전당 설립 올해 30회째
첫 음반 25년 지나야 후보 자격
링고 스타·그린 데이·조앤 제트…
헌액 주인공과 로큰롤 세대 모여
“사람 마음을 얻은 음악인” 축하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시. 지난주 세계 대중음악인들의 마음은 이 도시로 향했다. 18일(현지시각) ‘2015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린 까닭이다. 에스비에스 <컬처클럽>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어 한국 언론이 처음으로 헌액식에 초대된 현장에 직접 갈 수 있었다.


헌액식 하루 전날 열린 ‘2015 헌정 아티스트 전시회’ 개막식에 올해 헌액된 기타리스트 스티비 레이 본이 1990년 불의의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쓰던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가 도착하자 탄성이 쏟아졌다. 전시 개막식엔 올해 헌액된 가수이자 ‘린 온 미’를 부른 빌 위더스가 나타났다. 음악 다큐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의 주연 달린 러브는 내 두 발자국 앞에 서 있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래미상 시상식,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브릿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 등 대중음악인에게 주어지는 상은 수없이 많지만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특별하다. 음악인으로서의 평생 업적을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1990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남성 4인조 그룹 포 시즌스의 음악 일대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저지 보이스>에서 토미 드비토는 이렇게 말한다. “오스카나 에미상은 돈으로 살 수도 있지만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은 돈 주고 살 수 있는 상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받을 수 있다.”


1983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 설립되고, 1986년 엘비스 프레슬리 등 10명이 헌액된 것을 시작으로 30회째를 맞이한 올해 헌액식은 특히 주목받았다. 첫 음반을 출시한 지 25년이 지나야 헌액 후보가 되고, 그 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헌액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올해 헌액된 아티스트들은 펑크록 밴드 그린 데이, 빌 위더스, 여성 록커 조앤 제트, 60년대 활동한 폴 버터필드 블루스 밴드, 2년 전 세상을 떠난 루 리드, 비틀스 출신의 드러머 링고 스타 등이었다.


링고의 헌액을 축하하기 위해 비틀스 출신의 폴 매카트니가 참석해 링고를 직접 소개했고, 존 레넌의 미망인인 오노 요코도 기자실에 들러 인사한 뒤 행사장에 들어섰다. 제리 리 루이스, 스티비 원더, 존 메이어, 존 레전드, 마일리 사이러스 등 그야말로 로큰롤 최고 원로에서 신참까지 모두 한곳에 모여 음악의 아름다운 힘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줬다.


조앤 제트를 헌액할 때 매카트니와 오노 등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이날의 숨겨진 명장면이었다. 싱어송라이터 패티 스미스는 루 리드를 소개하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헌액 첫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이제는 혼자 힘으로 걷기조차 힘든 로큰롤 1세대 선구자 제리 리 루이스는 어렵게 의자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이날 마지막으로 소개되고 헌액된 링고스타는 “오늘 폴이 좀 놀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나왔다”는 농담을 던지며 폴 매카트니 등과 함께 무대에 올라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마이 프렌즈’, ‘아이 워너 비 유어 맨’을 불렀다. 링고가 헌액된 날인 만큼 수많은 비틀스 히트곡 가운데서도 링고스타가 보컬을 맡았던 곡들을 부른 것이다. 무대 뒤엔 비틀스 대형 사진이 걸리고 객석에선 백발 노인들과 십대들이 함께 환호하며 5시간에 걸친 축제가 끝났다.


무대 뒤에서 뮤지션들을 만나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말하는 스타들도 여럿이었다. 한국에서 두 차례나 공연한 패티 스미스는 “지난 서울 공연에서는 관객 열기에 빠져 기타 줄도 뜯고 그랬다. 정말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꼭 다시 찾고 싶은 나라다”라며 생생하게 내한공연을 회상했다. 스티비 원더는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또렷하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링고 스타도 만났다. 그는 “당장은 방한 계획이 없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운을 뗀 뒤, 한반도 분단 상황을 잘 안다며 한국인을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에 있는 형제자매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랑과 평화!”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식은 미국식 음악 행사라고만 볼 수 없다. 한류 확산과 문화강국에 대한 비전을 넓히려 한다면 한국형 대중음악 명예의 전당이나 박물관 개관 등은 이제 심도 깊게 논의되어야 할 현안이다. 지금 누리는 케이팝 등의 인기를 오래 지속되는 문화콘텐츠로 만들려면 우리에게도 음악을 기록하고 기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조현진(국민대학교 특임교수 겸 미래기획단장)

 

한겨레 본지 2015년 4월 22일 수요일 24 문화면 동시 게재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6878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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