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대학생 성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 될 수 있다" / 국민대 축제 성희롱 예방 부스

국민대 축제에 첫 성희롱 예방 부스
남녀 인식 차이 드러난 앙케이트 등
다양한 코너로 성범죄 경각심 높여
 

‘몸매가 좋다며 바라보는 불쾌한 시선, 술은 역시 예쁜 여자가 따라줘야 맛있다는 식의 성차별적 발언. 타인의 불쾌한 언행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셨나요?’

19일 축제 첫 날을 맞은 서울 성북구 국민대 민주광장. 줄지어 있는 부스별로 닭 꼬치나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파는 익숙한 대학축제 풍경 사이로 잔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도발적 문구가 눈에 띈다. 국민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축제 기간 중 차린 성희롱 예방 캠페인 부스의 포스터다.

최근 대학 내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이 속출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국민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초 한 학과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남학생들이 음담패설로 여학생들을 품평한 사건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이에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성 움직임이 일었고, 학교 측 성폭력ㆍ성희롱 상담실과 여성가족부 산하 피해자 지원기관인 서울해바라기센터가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예방 캠페인 부스가 등장했다. 축제 기간을 택한 것은 분위기에 취해 각종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전 예방도 하고 홍보 효과도 높이겠다는 판단에서다. 김정재 국민대 총학생회장은 “잇단 대학가 성추문은 학생들이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성희롱ㆍ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피해를 당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예방 캠페인 부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특히 대학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폭력 사례를 만화로 구성한 안내판을 보면서 해바라기센터 직원이 해주는 설명을 듣는 데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여자친구의 거부에도 남자가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하는 장면에선 “어이없다”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해바라기센터 직원이 피임법과 임신이 가능한 기간 계산법을 알려주자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참가자도 다수 있었다. 학생들은 즉석에서 실시한 앙케이트 조사에 스티커를 붙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을 바라보는 남녀의 인식 차이도 두드러졌다. “이성이 모텔에 쉬러 가자고 해 따라가는 것은 암묵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한 것일까”라는 질문에 남학생 대다수는 “그렇다”고 답했지만, 여학생들은 정반대였다. 문희경 학생생활상담센터 상담사는 “대학 내 성범죄는 이처럼 같은 사안이라도 다른 눈높이에서 평가하는 남녀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기 쉽다”고 말했다.

대학가 성범죄의 경우 음주가 동반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해 만취 시 분별력 정도를 측정한 뒤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코너도 마련됐다. ‘음주 고글’을 쓴 상태에서 주최 측이 그려 놓은 S자 모양의 빨간색 선을 따라 제대로 걷는 참가자가 드물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부스를 찾아 성범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학생은 줄잡아 500여명에 달했다. 신은수(24)씨는 “누구나 성범죄의 잠재적인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남녀 모두 제대로 된 성 관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보기 : http://www.hankookilbo.com/v/12917eef9a2b44c7a83b64d73f5343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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