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구조조정 하면서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이유 / 김세준(교양대학) 겸임교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마 대학에 입학하여 낭만을 잠깐 찾으려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취업 전선’에 뛰어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과정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 경쟁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왜 꺼냈을까요. 그래도 한 번쯤은 생각을 해봤으면 하는 질문 몇 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당신은 왜 취업을 하려고 하나요? 다른 대안이 없어서?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독립을 위한 돈을 모으려고? 남들이 다하니까?

안 그래도 취업 준비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이런 당연하고도 고리타분한 질문을 왜 던지냐고 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점에 있는 당신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이 없으면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더라도 분명히 후회하는 때가 오기 때문입니다. 

왜 취업을 하려고 하는지 명확한 답을 스스로 찾지 못한다면, 합격을 하더라도 3개월도 채 안돼 사직서를 내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를 오랫동안 다닌다고 하더라도 직장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은퇴를 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뼈를 묻고’, ‘청춘을, 아니, 일생을 바치겠다’는 어마어마한 약속은 얼마 가지 않아 한낱 공염불에 지나게 되지 않게 됩니다.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대기업에 입사한 지 1년도 채 안 돼 이직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약 56%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맹목적으로 취업을 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지구 반대쪽까지 날아가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신입사원을 뽑을 상황이 되지 않아도,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구조조정까지 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뽑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공을 들입니다. 신입사원을 뽑는데 드는 비용이 상장사의 경우 1인당 평균 300만원 이상이고, 최고 2000만원을 쓰는 곳도 있습니다. 채용 이후에도 신입사원을 교육시키는데 채용 비용의 3배 정도를 씁니다. 그 기간도 최소 3개월 이상은 걸립니다. 

기업들은 과연 왜 신입사원 채용에 이토록 목숨을 걸다시피 할까요? 존경 받는 기업, 오랫동안 성장해 나가는 기업, 최고의 수익을 내는 기업을 만드는데 있어서 신입사원을 뽑는 것은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과정을 ‘존경 받는 기업, 오랫동안 성장해 나가는 기업, 최고의 수익을 내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훌륭한 CEO 후보자들을 뽑는 과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힘든 일도 함께 하고, 성장의 기쁨도 함께 나누면서, 비전과 문화를 공유한 사람만이 장차 훌륭한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하게 되고, 이런 사람이 기업을 더욱 더 성장시켜서 더 많은 젊은이들을 채용하게 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CEO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그 기업의 신입사원 출신들이라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지원자들을 평가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과연 이 사람이 우리 회사를 키울 수 있는 훌륭한 경영자로 성장할 최고의 인재일까?’일 수밖에 없고,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산고의 고통’을 겪어가며 신입사원을 뽑는 것입니다. 자기소개서에 입사 후 포부나 미래 계획을 쓰는 난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뽑기 위해 산고의 고통을 겪는 기업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라도 나에게 있어 취업의 의미와 취업을 한 이후에 펼쳐질 나의 인생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세워보도록 합시다. 아마 치열한 고민의 과정이 될 것입니다. 이 과정이 없다면, 절대로 취업에 성공할 수 없고 설령 운이 좋아서 취업이 된다고 하더라도 롱런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취업을 하려는 구체적인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명확한 의미 설정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몇 가지 Self Check List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최소 한 가지 이상이라도 해당되는 것이 없다면 취업 준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 나는 존경하는 기업인이 있으며, 이 분과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 삶을 살아가는데 경쟁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 혼자서 일을 할 때보다, 조직 속에서, 혹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더 많은 성과를 낼 자신이 있다.
□ 나는 기업체에 들어가서 나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
□ 다른 것을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이 부족하다. 
□ 나는 당장 생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나는 당장의 조건보다는 미래의 비전이 더 중요하다.
□ 나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 나는 장기적인 인생 계획과 목표가 있다. 
□ 나에게는 취업 이외에 미련이 남는 다른 대안이 없다.

 

원문보기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21821453320260&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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