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일제가 동화정책 위해 기획한 조선신궁 사진집 ‘은뢰’ 번역출간 / 정선태(국어국문학과) 교수

<은뢰>

“하늘도 땅도/ 초목도 시들고/ 새하얀/ 눈 쌓인 청정한 곳에/ 태양은 환하게/ 비친다.// 무엇처럼 보이는가/ 미라마노후유(恩賴)의/ 눈 쌓이고/ 아침 해 비쳐드는/ 신전의/ 뜰.”

일제강점기인 1937년 ‘조선신궁봉찬회’가 펴낸 사진집 <은뢰>에 실린 시 ‘정결한 눈’ 전문이다. <은뢰>는 1925년 일제가 서울 남산에 세운 조선신궁 10주년 봉축대제 후속 사업으로 기획한 책인데, 단순히 사진만 싣지 않고 100편이 넘는 시도 아울러 실었다. ‘은뢰’는 직역하면 “은혜를 받다”가 되는데, ‘천황’의 가호를 뜻한다. 국내 학계에는 논문을 통해 내용 일부만 알려졌을 뿐 전모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연구소가 펴낸 <은뢰(恩賴)>(소명출판)는 남산 조선신궁에서 시작해 평안도, 함경도,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순으로 각 지역 신사와 산업 및 문화 시설, 명승고적, 생활상 등을 사진과 글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짜여졌다. 일제가 이런 책을 낸 목적은 “조선인의 정신을 일본정신 또는 일본의 영혼으로 대체하기 위한 기획의 일환으로 창건된 조선신궁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동시에 일본정신의 정화(精華)가 깃든 조선신궁이 조선의 문명개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번역자인 정선태 국민대 교수는 설명했다. 책은 조선신궁 말고도 한반도 전역의 신사와 해당 지역 명승고적, 민속, 생활상과 산업 시설 등을 두루 다루었다. 사진은 당시 조선에 거주하던 일본인 사진작가 야마자와 산조가 찍었는데, 신궁 건물과 경치, 봉축 제사 장면 등을 담은 기록사진 말고도 조선의 명승, 고적과 풍광, 풍습을 찍은 사진을 포함해 500여점이 실렸다. 가로 42㎝, 세로 38㎝, 두께 5㎝ 양장본.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042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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