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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자건강보험증, 스마트헬스 여는 열쇠 / 한동국(수학과) 교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스마트카드(IC카드) 방식의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지난 십여 년간 불거졌던 개인정보유출에 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보보호 전문가인 필자는 이러한 우려가 정보화시대에 역행하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검토 될 때마다 제기되는 논란은 개인정보 유출이다. 과거 발생했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고질적인 수식어라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여기서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근본 원인이다.

흔히 보안이라 함은 기술뿐만 아니라 관리적인 보안까지 일컫는다.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례는 IC카드 핵심인 칩에 담겨진 정보의 유출, 즉 기술적 보안결함이 아니다. 그 보다는 관리적인 보안 즉 허술한 내부 관리·감독 체계에 의한 정보 유출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IC칩을 활용한 신용카드를 가장 안전한 매체로 사용하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전자신분증 같은 전자카드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국가도 16개국이나 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전자건강카드를 도입한 독일, 대만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IC카드는 개인정보 유출 없이 보험가입자의 건강이력을 관리하는 매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IC칩이란 개인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저장매체 기능과 보안이 보증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를 탑재해 인증, 검증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IC칩 보안의 핵심은 데이터 암·복호화에 필요한 기술을 IC칩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구동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한 중요 키 값을 모르면 누구도 IC칩에 저장된 정보를 알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중요 정보인 키를 일반적인 암호화 방식에 의한 저장이 아닌, 예측 불가능하며 고유한 특성 데이터를 활용한 물리적 복제 방지 기법을 통해 암호화해 저장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암·복호화의 모든 과정에서 보안구역 외부로 키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완벽한 키 보호가 가능하다.

만약 암호화된 키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도 해당 정보를 복호화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해당키를 복호화 할 수 있는 필수정보가 IC칩 내부의 고유한 특성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이는 키를 주입 받은 해당 IC칩 내에서만 정보의 복호화가 가능하며, 유출된 키 정보만으로는 해킹이 불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킹과 악성코드 등으로 키 값 노출 위험성이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보안 프로그램과 달리 하드웨어 기반의 IC칩 내부에서 생성된 키 값은 외부로의 유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메모리에 대한 물리적 보호에서부터, 데이터 보안까지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완벽히 차단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IC칩이 탑재된 전자여권을 도입했다. 전자여권 역시 도입 초기에는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IC칩 보안등급을 국제기준 이상으로 적용하고, 신청부터 발급까지 과정 역시 엄격한 보안체계를 갖춘 결과 현재까지 개인정보유출, 위·변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선례를 바탕으로 전자건강보험증도 전자여권에 사용하는 IC칩 수준 이상의 보안등급을 적용하고, 철저한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면 보안문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스마트카드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충분히 검증돼 사용되고 있다. 철저한 보안검증 및 관리체계를 확립해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한다면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건강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해외처럼 스마트헬스 시대로 가는 열쇠가 돼줄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81808540972429&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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