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SW 세상에서 주목받을 비SW 직업 / 이민석(컴퓨터공학부) 교수

국내 많은 기술 전문가들은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미래 직업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함께 한다. 그렇다면 10년 후에는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이민화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정성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의미래연구소장, 여준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로봇미디어연구소장, 김진규 한국콘텐츠진흥원 CT개발사업실장,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신관섭 울산과학기술대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등 국내 각 분야 기술전문가들이 ‘일의 미래, 미래의 일’에 대해 말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SW)가 주목받으면서 이를 만드는 SW 개발자가 중요한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SW 세상에서 SW 개발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 등장한 제품들의 혁신성 뒤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결국 증명해 낸 것 가운데 하나는 스마트폰이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 장치들은 다양한 소재의 등장, 부품·반도체의 혁명적 발전, 인간의 넘치는 상상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모든 장치는 기계공학 설계가 개입된다. 로봇, 드론, 전기 자동차 등 새로운 장치들의 핵심은 역시 SW지만, 결국 기계적 제어와 완성도에 따라 제품의 존재 이유, 즉 SW가 만들려는 가치가 구현되고 설명된다.

예를 들어 휴대폰이 나오면서 기능적 존재 이유를 잃었다가 ‘스마트워치’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손목시계를 보자. 스마트워치는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SW의 지원이 필요한 건강 보조장치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하지만 몸에 붙어있는 작은 장치인 스마트워치는 새로운 존재 가치의 상당 부분을 기계적 인터페이스에 의존한다.

SW산업이 패키지와 시스템통합(SI) 중심에서 개인을 위한 서비스 중심으로 바뀐 것처럼, 기계공학도 이제 사용자 관점에서 그 기계가 만들어내는 이면의 가치를 고려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직업은 아니지만, 직업의 재탄생이란 의미에서 기계공학자는 SW가 세상을 잡아먹는 10년 후 매우 유망한 직업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영역에는 전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실존하는 공간을 컴퓨터에 표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게임, 영화 등에서 이미 많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새로운 직업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 공간을 컴퓨터에 표현하는 작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같은 혁신적인 증강현실 하드웨어의 출현에 따라 새로운 직업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이전의 증강현실은 좌표와 방향 정보, 잘 정의된 패턴을 인식하는 수준으로 공간을 추측하고 그 위에 가상의 오브젝트를 얹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증강현실 응용에서는 현실 공간과 가상 오브젝트의 완벽한 조화, 현실 오브젝트와 가상 오브젝트 사이의 인터랙션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더구나 증강현실이 구현될 현실 공간은 사전에 정의되지 않은 사용자의 일상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직업으로서 공간 모델러의 역할은 사용자가 보고 있는 현실의 지형이나 물체들을 인식해 컴퓨터 모델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초기의 공간 모델러는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이 요구되는 직업으로서, 우선 공장, 병원, 스포츠 시설 등 용도가 잘 정의된 공간에서 활동할 것이다. 하지만 10년 후 쯤에는 잘 만들어진 SW 도구들을 활용해 사용자의 일상적인 공간과 물체들을 컴퓨터 모델로 바꿔주는 일, 사용자 공간에 최적화된 실시간 모델링 도구를 구성해 주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원문보기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72412260437827&outlink=1

이전글 [국민대] 비전공자 대상 IT기술 교육
다음글 [충무로에서]국가경쟁력 훼손하는 기업의 부끄러운 민낯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