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일탈로 자유 찾고 동참으로 행복 느껴요 / 김윤진(공연예술학부) 교수

[대낮 도심서 게릴라 춤판 여는 시민 100명 모임 '춤단']

선발 기준은 '실력' 아닌 '열정'… 젊은층 많지만 어린이와 노인도
구경하던 사람들 환호하며 합류… 내일 한강 선유도서 '서울무도회'

지난 12일 낮 조용하던 서울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에 삼삼오오 앉아 있던 100명 남짓한 무리가 느닷없이 돗자리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사위는 어설프고 제각각이지만 다들 흥겨워했다. 남녀노소 뒤섞인 정체불명 춤판에 어리둥절하던 주변 사람들도 이내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였다.

광화문, 북촌, 남산, 마포대교 등 대낮 서울 복판에서 '게릴라 춤판'을 벌이는 사람들. '서울댄스프로젝트'가 만든 시민 춤꾼 '춤단'이다. 매년 평범한 시민 100명을 선발한다. 춤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하고 일상 속 즐거운 일탈을 경험하자는 취지다. 서울문화재단이 2013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김윤진(45)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교수가 줄곧 기획 감독을 맡고 있다.

'춤단' 단원은 20~30대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이 많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환갑을 넘긴 이까지 다양하다. 최고 연장자인 최종구(67)씨는 "체통 때문에 거리에서 춤춘다는 건 생각도 못 했는데 탁 트인 야외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리니 좋다"고 했다. 직장인 박기수(48)씨는 "반복되는 일상과 결과만 중시하는 직장에서 벗어나 눈치 보지 않고 공감하며 추는 춤이 즐겁다"고 했다.

춤단엔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오디션은 거쳐야 한다. 5분간 음악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데 합격 기준이 실력은 아니다. "춤추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는 거죠. 비록 춤은 서툴러도 무언가 발산하고 싶어 하는 몸짓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어요." 김윤진 감독은 "우린 그런 분들을 뽑아서 물꼬를 터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갈수록 밝게 변해가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재작년에 참여했던 40대 남성이 1년 활동을 끝내던 날 말씀하시더군요. '하는 일도, 사는 것도 너무 힘들어 나쁜 마음을 먹고 한강 다리에서 섰던 적이 있는데, 바로 그 다리를 춤추며 건널 거라곤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고요."

그는 한국무용 전공으로 선화예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안무가로서 창작 작업을 해왔다. 2009년에는 그가 안무한 춤이 미국 주간지 '타임아웃 뉴욕'이 선정한 '2009 베스트 댄스 11'에 포함되기도 했다.

내일(19일)은 서울 선유도공원에서 '서울무도회'가 열린다. 100명 시민 춤꾼 '춤단'의 공연, 누구나 참여하는 막춤 대회인 '댄스 골든벨', 안무가가 일대일로 춤을 가르쳐주는 '춤 교습소' 등이 예정돼 있다. 밤에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하는 대규모 야외 클럽 무대도 만들어진다.

"춤은 누구나 자기 몸으로 해내는 가장 쉽고 평등한 언어예요. 특권화된 예술이나 억압해야 할 유흥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여기'를 느끼고 살아있다는 감각을 깨우는 것이죠. 이번 토요일 태양을 조명 삼아 저희와 춤 좀 춰보시지 않을래요?"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8/2015091800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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