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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韓·日 정상, 위안부 해결 골든타임 잡아야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이번 한·일·중 정상회담 개최는 3년 반 동안이나 정체 상태에 있던 동북아 3국 관계를 한국의 주도적인 외교 역량으로 타개하고 재가동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한·일·중 3국 협력체제 복원은 한국이 동북아 외교를 역동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3국 협력체제는 상대적으로 외교 주도권을 발휘하기 유리한 구도다. 중·일에 비해 약소국인 한국으로선 양자 관계보다는 3자 관계 속에서 협력 촉진자, 갈등 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용이하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3국 정상회담 정례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관한 3국의 공통인식을 확인하는 한편, 3국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촉진에 합의한 것은 그 나름의 결실이다. 3국 간 통상, 투자, 금융 분야의 협력 증대는 이 지역의 경제적 상호 의존을 심화시켜 공동 번영에 기여하고 결과적으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도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3년 반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지나치게 경색되고 냉각됐던 한·일 관계에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정상 외교는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고 비중도 예전에 비해 훨씬 커졌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악화돼 정상회담이 못 열린 면도 있지만 정상회담이 안 열리니 관계가 더 꼬이고 뒤틀어지는 측면도 컸다. 그간 양 국민 간 오해와 편견도 증폭됐다. 두 정상이 흉금을 터놓고 현안을 토의하는 것 자체가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서는 대북 공조 및 안보 문제, 자유무역협정 문제와 더불어 그간 누적돼 있던 양국 쟁점 및 다자적 현안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 교환이 오가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졌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타결하기 위한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한 번 만남으로 속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위안부 문제는 갈등의 심벌이자 폭발성이 워낙 높은 이슈라서 더 이상 해결을 미뤄서는 안 된다. 양국 지도자의 통 큰 결단으로 타결을 봄으로써 더 이상 이 문제가 한·일 관계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1월 중 APEC 등 여러 다자회담이 열리면서 올해 안에 한·일 정상 간 회담 기회가 더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살려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동북아의 세력 전이(Power Transition) 속에서 한·일 관계는 향후에도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화와 인권 의식의 고양에 따른 한국의 대일 과거사 추궁은 강화될 것이고 일본은 보수화와 국가주의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어 과거사 갈등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익과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대일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동북아 외교의 균형 감각과 리더십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원칙을 관철하면서도 분야나 이슈에 따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실용적인 대일 외교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04/20151104044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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