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파리 테러' 릴레이 진단] [4·끝] 테러 방지법,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 홍성걸(행정정책학부) 교수

지난 13일 파리 시내 곳곳에서 자행된 반인륜적 테러를 계기로 전 세계는 즉각 테러와 전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테러에 앞서 이라크 첩보 당국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용의자들이 시리아의 락까 훈련 캠프를 떠나 프랑스로 들어갔고, 다중(多衆)이 모인 장소에서 자폭이나 무차별 사격 방식의 테러를 시도할 것이라고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국에 알렸다고 한다. 터키 당국도 이번 테러범 중 하나인 알제리계 프랑스인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가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작년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 당국에 경고했다고 한다. 이처럼 계속되는 경고에도 프랑스 당국은 테러를 막는 데 실패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테러 예방 능력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도 알카에다나 IS 등이 테러를 저지를 대상국으로 지목된 지 오래고, 우리 여행객들이 탄 버스가 중동에서 직접 테러를 당한 적도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폭탄 제조 물질인 질산암모늄을 밀반출하려던 레바논 출신 IS 동조자 5명과 IS에 가입하려던 한국인 2명이 적발됐다. 18일엔 IS를 추종하는 불법 체류 인도네시아인이 검거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수사 기능 정비와 확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테러 방지법과 사이버 테러 방지법 제정안, 특정 금융거래 보호법 및 통신 비밀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채로 낮잠 자고 있다. 야당은 인권침해와 권력 남용 가능성이 커 테러 방지 기능을 국가정보원에 줄 수 없다고 한다.

무고한 시민 2700여 명이 희생된 9·11 참사 이후 미국은 테러 예방을 위해 국가의 테러 대비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다.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잠재적 범죄인 취급을 받는다. 출국하려면 최소 3시간 전에 공항에 나가야 하고, 길게 늘어선 줄에 신발과 혁대까지 벗고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엑스선 투시를 받고 있다. CIA 등 정보기관은 테러 의심이 있는 모든 금융 계좌를 영장 없이 추적할 수 있고, 개인 이메일과 통신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불평 한마디 없다. 이런 대비책을 마련하고도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가 터졌다. 그러자 정부에 더 치밀한 테러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우리는 어떤가? 테러 방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역량이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국정원밖에 없다. 국정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테러 방지법 등 네 법률의 제·개정을 더 이상 미룬다면, 국민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야당이 우려하는 부분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상설화하여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항 외에는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테러 용의자의 계좌를 추적하고 이메일 및 휴대폰을 도청했을 때는 사건 종료 즉시 보고하도록 통제를 강화해 해결할 수 있다. 국정원이 테러 가능성이 없는 사람의 계좌를 추적하고 전화를 도청했다면 그때 가서 처벌해도 늦지 않다.

미국은 개인 인권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국민 안전을 선택했다. 우리나라도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최대한, 그것도 시급히 동원해야 한다. 이번 파리 테러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18/20151118043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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