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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이원덕] 위안부 합의 어떻게 볼 것인가 / (국제학부 교수)

지난 연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1991년 이래 24년간 한·일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시민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왔으나 매듭짓지 못한 난제 중의 난제였다. 위안부 문제 해결의 본질은 피해자 여성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있다. 이번 합의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했고 총리대신 명의로 사죄, 반성을 표명했으며 정부 예산으로 금전 지급을 실시한다고 했으므로 이전의 그 어떤 조치와 비교해도 상당한 진전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아베 정권은 역사수정주의적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고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한편, 고노 담화의 훼손을 꾀하고자 검증보고서를 내는 등 초강경 자세를 유지해 왔다. 이처럼 낙제점 수준의 위안부 인식을 지닌 아베 총리로부터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죄, 반성 표명을 끌어낸 것은 나름의 외교적 성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이 89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안부 문제는 촌각을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이번 타결 기회를 놓쳤을 경우 위안부 문제는 영구 미해결 문제로 표류하고 한·일 관계는 극단적인 악화, 대립으로 치닫게 됐을 것이다.

물론 이번 합의에 한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피해자 및 지원 단체들과의 긴밀한 사전 교감,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꾀함에서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을 강조해 온 만큼 피해자 및 지원 단체들과의 진솔한 의사소통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타결안에서 최종적 해결, 불가역성을 언급한 것은 그간 양국 정부의 상호신뢰 부족의 소산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고노 담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은 망언으로 이를 뒤집고 번복하고 수정하려는 시도를 빈번하게 자행해 왔다.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망언을 행할 시 합의는 백지로 돌아간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일본은 일본대로 이른바 한국의 ‘골대 변경론’에 대한 불신 여론을 의식해 불가역성, 최종적 해결을 못 박자고 집요하게 요구했을 것이다. 

최종적 해결의 의미는 이번 합의가 잘 이행된다는 전제 하에 한·일 양 정부가 외교교섭 의제나 쟁점으로는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이 합의에 의해 피해자의 소송행위, 지원 단체나 시민사회에서의 진상규명 활동이나 연구, 기념사업, 운동은 하등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양 정부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 비판을 자제한다는 합의 또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재갈을 물렸다는 식의 지나친 확대해석은 적절치 않다. 소녀상 철거에 대한 이면합의 존재 등의 일본 미디어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한 유언비어라고 이미 한·일 양 정부가 확인한 바 있다. 

합의에서 약속한 재단의 설립·운영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지급하는 100억원 상당의 자금은 순수하게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에만 한정해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자금은 사실상의 사죄금, 배상금이므로 위안부와 그 유족에게 지급되는 것이 마땅하다. 재단은 정부나 사회의 추가적인 거출을 확보해 향후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을 위한 연구 활동, 피해자에 대한 위령 및 기념사업, 전시 여성 인권 운동을 지원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활동의 지평을 확대해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보편규범으로서 여성 인권의 진흥을 위한 메카로 발전하길 바란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원문보기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04783&code=11171395&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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