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적자본론' 읽는 이유 / 디자인대학원 10 동문

지난 27일 오후 서울 잠실 석촌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야경이 더 멋지다고 함). 골드만삭스에 이어 중국 힐하우스캐피털로부터 5000만달러(약 570억원)를 투자 받은 배경과 향후 투자금을 어떻게 쓸 건지를 물어보기 위해 만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앞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더군요.

지적자본론... 이 책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오프라인 서점을 탈바꿈하면서 성장을 거듭, 현재 14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츠타야서점’의 마스다 무네아키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 최고경영자(CEO)가 쓴 책입니다. 김 대표는 “‘디자인은 이제 부가가치가 아니라 본질적 가치가 됐다’는 내용의 책”이라며 “이미 만들어진 것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을 ‘경영하는 디자이너’로 소개하곤 합니다. 서울예술전문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2010년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네이버 네오위즈 등에서 브랜드 마케팅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비즈니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라며 디자인과 ‘브랜드 경영’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디자인과 브랜드 경영. 자연스레 애플이 떠오르더군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김 대표 간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배달음식주문)에 이어 진출한 배민라이더스(맛집배달대행), 배민프레시(신선식품 정기배송), 배민쿡(반조리 식품·식자재 배송) 등 4가지 사업을 김 대표는 ‘쿼드닷(quad dot)’이라고 부릅니다. ‘쿼드닷’이 잡스가 말한 ‘점의 연결(connecting the dots)’과 연관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이 잘하는 게 패러디 아니냐”며 “‘과거 일련의 사건들이 당시엔 각각의 점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엔 다 연결되더라’는 잡스의 말을 사업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보기술(IT),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우아한형제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4개의 사업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검은색 티셔츠를 즐겨입는데 이것도 스티브 잡스의 영향이냐고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김 대표는 “스타일은 ‘잡스 형님’보단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상봉 디자이너와 배달의민족 서체(배민체)로도 유명한 김 대표는 서울예대 선후배 관계기도 합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도 배민체를 모티브로 해서 계한희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배민의류’를 지난해 ‘서울 패션위크’에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학위수여식에서의 그 유명한 잡스 연설 중에 등장했던 점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잡스가 대학 시절에 배운 캘리그라피(서예)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툭툭 튀어 나왔습니다. “치킨향 방향제를 엘리베이터에 설치하면 배달 주문이 엄청 늘지 않을까요?” ‘B급 문화’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 이유도 명확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보니까 음식 배달 주문은 늘 팀의 막내가 하더라는 것. 김 대표는 “팀의 막내인 20~30대가 좋아하는 B급 문화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었다”며 “제가 키치적인 B급 문화를 좋아하기도 하고요”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공들여 만들어온 배달의민족의 브랜드 이미지, 기업문화의 팬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오는 5월엔 배달의민족 팬클럽 창단식까지 가진다고 하네요. 김 대표는 치열한 배달앱 시장 경쟁에 대해서 “꿈의 크기가 다르다”고 일축하더군요. 우아한형제들이 꿈을 키워가고 푸드테크(음식+기술)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기업의 캐치프레이즈도 변화했습니다.

창업 당시 전단지의 IT화를 위해 ‘21세기 최첨단 찌라시(전단지의 속어)’가 캐치프레이즈였습니다. 다음은 전단지에서 배달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IT를 활용해 배달 산업을 발전시키자’로, 지금은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를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원문보기 : http://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1604295267A&isSocialNetworkingServic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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