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반도포커스-이원덕] 맞춤식 대일 공공외교 필요하다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의 공통점은 배타주의와 자국 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끼리 하면 잘살 수 있는데 외국과 협력, 연대하려니 손실과 모순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빈부 격차와 일자리 부족 그리고 포퓰리즘을 자극하는 선동가들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브렉시트도 트럼프 현상도 궁극적으로는 다름 아닌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자.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 말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1위 후보에 맞서 2, 3위 연대를 통해 어렵사리 승리해 집권했지만 큰 선거에서 승승장구하며 장기 정권을 꾸려가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의 정치체제는 아베만이 우뚝 서 있는 1강 다약 구도이다. 자민당 내 여타 파벌이나 세력은 아베 독주를 견제하기는커녕 아베 정권의 부품으로 전락하였다. 

야당은 야당대로 지리멸렬 상태로 선거 때마다 반아베 표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약체화되고 있다. 그나마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1인을 뽑는 선거구에서 단일 야권후보를 입후보시켰으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 

그렇다면 일본 국민은 진심으로 아베의 장기 집권을 바라는 것인가?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국가주의적 정책들을 적극 지지하는 것인가? 최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55% 이상의 국민이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고 아베 정권이 만든 안보법제에도 과반수의 국민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원전 재가동 정책에도 반수 이상의 국민이 반감을 표하고 있다. 대체로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 중 아베 자민당에 표를 던진 수로 환산되는 절대 지지율로 치면 30% 내외이다. 쉽게 말해 일본 유권자 100명 중 70명 이상은 아베 자민당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유권자의 성향을 고려해 아베 자민당은 헌법 개정이나 안보 정책을 축으로 하는 국가 기본정책을 쟁점으로 내걸지 않고 소비세 인상 시점 연기나 아베노믹스 지속 여부를 유권자에게 묻는 선거 전략을 내세웠다. 오히려 민진당을 비롯한 야당이 개헌파가 의석 3분의 2를 획득하게 된다면 전후 일본의 평화주의의 상징인 평화헌법은 포기될 것이라고 호소하며 선거 쟁점화를 시도했다. 어긋난 선거 쟁점을 놓고 여야가 다투는 묘한 선거 풍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일본 전후 정치사를 가르는 중대한 선택을 놓고 치러진 선거임에도 일본 유권자들에게 그 어떤 진지함이나 절박함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관전평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대일 정책에서 일본 국민을 직접 상대로 하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공공외교는 위안부 등 첨예한 역사 쟁점을 두고 워싱턴과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큰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향후 대일 공공외교에서는 맞춤식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진보-리버럴 세력과는 평화, 인권 등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둔 연대를 구사하는 한편, 다수의 보수 세력에 대해서는 과거사 대일정책이 민주화와 인권에 기반을 둔 시민사회의 요구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한국이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시장민주제라는 기본가치와 규범을 공유할 뿐 아니라 고도화된 사회경제적 협력이 가능한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점을 일깨워야 한다. 소수이긴 하나 혐한 인종주의 세력에 대해서는 국제 규범에 입각한 단호하고도 철저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청소년, 대학생 등 미래세대와는 교환유학 등 활발한 교류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동반자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원문보기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583172&code=11171395&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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