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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위해 절실한 勞動개혁 / 유지수 총장

유지수 국민대 총장·경영학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원래 4차 산업혁명에 포함된 영역은 스마트 팩토리,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이었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 뒤떨어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제조업을 보자. 스마트 팩토리는 경쟁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선 면도 있다. 삼성전자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1990년대에 도입, 실시간으로 전 세계 재고를 파악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세계 기업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 LG전자, 포항제철 등 유수의 기업도 앞다퉈 도입했다. 이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부품에 무선식별장치(RFID)를 부착, 현재 어디에 몇 개가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차체나 제품에 RFID가 부착돼 생산 라인 어디에서 어떤 공정에 어떤 작업이 완성됐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공급 사슬에 포함돼 있는 부품업체도 마찬가지로 실시간 작업 완성도, 품질 현황, 생산량을 모두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공급 사슬의 맨 위에 위치한 대기업이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공급업체에 요구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같은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넘어 ‘스마트 공급사슬’이 구축돼 있는 것이다.

물류와 제품의 이동뿐 아니라 설비관리도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 각 공장의 어떤 설비가 어떤 상태인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AS)에서 발생한 데이터, 인터넷에서 블로거들의 동향, SNS에서 논의되는 제품 관련 정보, 보험회사의 데이터, 소비자보호원의 데이터를 기업은 이미 분석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제한적이긴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도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빅데이터 분석은 이미 상당기간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멋진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 사실상 우리 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일으켜 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자·자동차·통신기기·가전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제조 경영 면에서 IT 기술을 활용해 수많은 혁신과 개선을 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낙후가 아니라, 중국의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제품은 품질 면에서 거의 쫓아왔는데, 가격은 훨씬 싸니 우리 기업은 난감할 뿐이다. 국내 대기업 공장의 인건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생산성은 실망스럽다. 생산 현장의 규율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노조가 강한 기업은 앞이 안 보인다. 노동(勞動)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결국 문제는,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진 게 아니라, 노동 생산성에서 뒤처진 것이다. 전쟁으로 치면 전투기·미사일·전차·대포·통신 면에선 뒤지지 않지만, 보병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국은 배터리·자동차·조선·철강·SW·SNS·전자상거래 등 모든 산업에서 자국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요소인 IoT에서도 패권 전략을 추구한다. IoT도 독자적 표준을 정하고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 세계 기업은 중국이 표준을 정하면 따르게 돼 있다.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물건을 팔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각종 산업·제품·서비스 분야에서 독주할 것이다. 

과연 우리의 생존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까? 여기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문제는 아니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80301033911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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