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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김정은의 개방 없는 개혁 정책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북한 정권이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실시한다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이 들린다. 2012년 이후 김정은은 시장화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을 실행함으로써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데, 정치 부문에서 개방을 시작할 조짐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의 정책은 `개방이 없는 개혁` 정책으로 묘사할 수 있다.

김정은 입장에서 이러한 정책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북한 정치 엘리트는 장기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장화 정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그들은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중국식 개방이 체제 위기와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북한에서 개방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너무 풍요롭고, 너무 자유롭게 잘사는 `쌍둥이 나라` 남한이 있다는 것 자체다. 중국이 1970년대 말부터 개혁뿐만 아니라 개방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섬나라인 대만보다 훨씬 큰 `남중국`이 없기 때문이다. 분단 국가인 북한에서 개방 정책은 너무 위험한 것이다.

개방 정책은 민중이 해외와 접촉·교류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국내에서의 감시와 단속도 덜해진다는 의미가 있다. 당연히 이러한 정책 때문에 민중은 해외 생활을 많이 배우고 국내 문제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더 쉽게 표시할 기회도 많아진다.

중국에선 이러한 개방 정책이 문제를 초래하지 않았다. 중국 인민은 미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훨씬 잘사는 것을 알아도 중국 공산당에 대해 불만과 실망을 느끼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은 역사도, 문화도, 지리도 너무 다른 나라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미국·일본처럼 잘사는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있을 수조차 없다. 중국 인민들은 하루아침에 미국 연방에 가입하고, 제51주가 될 생각이 아예 없다.

분단 국가인 북한 상황은 사뭇 다르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이 즐기는 소비 생활에 대해 잘 알게 된다면 그들은 불가피하게 체제에 대해 심한 불만을 느끼게 될 것이다. 70년 전에 같은 나라였으며 북한보다 낙후한 지역이었던 남한의 성공을, 북한 체제의 무능 확인으로 생각하는 북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은 세습 권력이므로 현 지도부가 개혁을 아주 잘해서 경제성장을 이룬다고 해도 과거의 고생과 빈곤에 대한 책임을 `무능한 전임 통치자들`에게 돌릴 수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인민들은 부자 나라인 남한과 통일하면 그 즉시 모든 어려움이 하루아침에 기적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착각이 생길 것이다. 독일 통일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착각의 힘을 알 수 있다.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은 매력이 참 대단하다. 남북한의 1인당 소득격차는 최소 14배, 최대 30배에 달한다고 추정된다. 세계 어디에도 남북한만큼 1인당 소득격차가 심한 `국경을 접한 나라들`이 없다.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한 탈북자는 얼마 전에 필자에게 "서울역 노숙자가 북한 하급 간부보다 더 잘산다"고 했다. 과장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북한 사람들의 남한에 대한 첫인상을 잘 보여준다.

김정은 정권은 인민들이 해외 생활, 특히 `남조선`의 일상생활을 잘 몰라야 안정 유지가 가능한 것을 잘 이해한다. 그 때문에 북한 정권은 합리적인 경제 개혁을 실시하는 동시에 김정일 시대에 어느 정도 약해졌던 쇄국정책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가 시작한 후 북한은 그전에 매우 허술했던 북·중 국경의 경비를 크게 강화했고 탈북을 가로막기 위해 선전까지 시작했다. 또한 국내에서 남한 드라마, 영화 등에 대한 단속이 많이 심해졌다.

 

 정치 감시도 매우 엄격하며, 전체 인구에서 정치범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개방이 없는 것은 당연히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쇄국과 주민 감시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 기술 도입이 쉽지 않으며, 해외 투자 유치도 어렵고 무역 조건에서까지 문제가 있다. 그러나 북한 엘리트 입장에서 경제성장이 중요해도 안정과 체제 유지는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은 치러야 할 대가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출처: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322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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