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정경유착, '시장 원리'로 끊어라 / 윤정선(파이낸스회계학부) 교수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벌총수들이 대거 증인으로 참석한 모습이 전국으로 생중계되었다. 이미 제 5공화국 청문회 시절에 한번 본 모습이지만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다고 믿어 왔던 현 시점에 이와 같은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국민들의 심경이 적잖이 착잡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친인척이 개입된 정경유착 사건이 빈번히 있어왔다. 정권후반기면 되풀이는 부패스캔들은 어김없이 현직대통령의 권력누수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특히 이번 부패스캔들은 대통령이 직접 기업총수들에게 거액의 기부를 종용했다는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과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년간의 경제적·정치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부가 각종 규제 및 인허가 제도를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통제하는 관주도의 경제 형태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과정만 해도 그렇다. 기존 면세점 운영업체를 포함한 서울시내 면세점 재선정 심사를 통해 일부 사업자가 탈락하고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이 영업을 시작한지 이제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방침을 확정하고 탈락한 사업자를 포함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추가선정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와 같은 임기응변식의 인허가절차는 규제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정부나 권력자의 뜻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영되고 신설 또는 변경됨에 따라 기업들을 굴복시키거나 회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정황을 들어 기업이 정경유착의 피해자라고 판단하는 것 또한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 실제로 이번 청문회에서도 일부 재계측 증인들은 최고권력자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요청받은 기부금을 제공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보유한 각종 인허가권은 경우에 따라 대기업의 기득권을 유지시켜주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대기업들이 권력을 가진 정부의 요구나 정책에 일방적으로 협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동정론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오히려 정부와 대기업이 규제를 매개로 해 악어와 악어새처럼 상호이익을 추구하면서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역대정권은 모두 규제선진화 또는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는 방침을 천명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규제시스템이 후진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연이기만 한 것일까. 서둘러 규제를 선진화하고 정부나 권력의 영향으로부터 시장의 경쟁시스템을 복원시키는 것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122002102351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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