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아베와 일본판 '북풍' 선거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불과 5일 후면 뚜껑이 열리게 될 일본 총선 결과는 자민당 압승과 `아베 1강체제`의 부활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유력 언론사들이 내놓은 사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희망의 당, 입헌민주당 등 야당을 가볍게 제치고 단독 과반수를 상회하는 의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아베의 재집권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삼파전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이미 대세는 보나마나한 게임이 되고 있다.

아베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여당 자민당-공명당에 도전하는 야당 세력은 단일대오를 구축하는 데 실패해 둘로 분열됐다.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오사카 유신회가 제2의 축이고 제3 축은 입헌민주당-공산당-사민당의 진보연대 진영이다. 일시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아베 정권을 거세게 몰아세웠던 희망의 당 기세는 찻잔의 태풍으로 그치고 말 운명이다. 구 민진당 리버럴 세력이 결성한 입헌민주당의 약진이 돋보이긴 하지만 진보 진영 역시 소수파 세력에 그칠 뿐이다.

올 7월까지만 해도 아베 정권은 모리토모, 가케 학원 스캔들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설상가상으로 측근들의 잇따른 실언이 이어지면서 한때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져 최대 위기를 맞는 듯했다. 때마침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고이케가 이끄는 도민퍼스트에 사상 초유의 참패를 맛보아야만 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아베 총리는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당내 유력 라이벌 세력을 끌어안는 탕평 개각과 당직 안배를 통해 위기수습에 나섰으나 아베 정치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켜 서서히 몰락해가는 것으로 보였던 아베 정권을 다시금 살려놓은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시험과 제6차 핵실험이었다. 8월 말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날아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어서 9월에 단행된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그야말로 일본 열도를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다.

아베 총리는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민첩하고도 기민하게 대응하며 절체절명의 안보위협으로부터 일본을 지켜낼 지도자 면모를 과시함으로써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학원 스캔들로 위기에 처해 있던 아베는 때마침 엄습한 북한 도발을 자신의 정치적 반전의 기회로 절묘하게 활용하였다. 아베 총리는 북한발 안보 위기를 명분 삼아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였다. "국민의 신뢰 없이는 대북한 대응, 의연한 외교를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국난` 극복을 위한 조기 총선의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아베가 10여 년 전 거물급 정치인으로 급부상하게 된 계기는 그의 대북한 정책이었다. 즉, 2006년 그가 최연소 정치인으로 일약 총리에 등극하게 된 것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단호하고도 결연한 대처가 계기였다. 관방부 장관 자격으로 고이즈미 전 총리의 평양 방문을 수행했던 아베는 납치 문제로 곤경에 처한 북한을 몰아세우며 일약 국민적인 지도자로 부상하였고 고이즈미는 마침내 그를 차기 총리로 지명하였다.

또한 단명 정권으로 어이없게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아베가 5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총리에 재도전했던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에 북한의 변수가 일조했다. 애초에는 승산이 높지 않았던 그가 극적으로 총재에 당선되는 데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 그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아베 자민당의 승리에 일본판 `북풍`은 어김없이 큰 몫을 해내고 있다. 소비세, 원전가동, 복지 등 여타 쟁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번 총선의 중심 화두는 북한발 안보위협에서 누가 일본을 지켜낼 것인가로 집약된다. 물론 여기에는 평화헌법 개정, 대미동맹, 집단적 자위권 등 대북한 문제와 연관된 쟁점이 수반되고 있다. 어쨌든 북한 변수가 아베 정치의 입각점임과 동시에 정치적 곤경을 탈출하는 극적인 반전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크나큰 아이러니다.

원문보기: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68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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