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일자리정책, 기계와 공존 환경 모색해야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땅이 척박하면 거물이 나지 않고, 물이 얕으면 큰 고기가 놀지 않는다. 나무가 헐벗으면 큰 새가 깃들지 않고, 숲이 성글면 큰 짐승이 살지 않는다'고 황석공이 소서에서 강조했다.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 물이 깊도록 만드는 일, 숲과 나무를 무성하게 만드는 일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저성장추세와 함께 향후 5년간 에코세대의 대규모 노동시장 진입 등으로 청년일자리 문제가 녹록치 않아 혁신성장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가 중요하다'고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며 대통령이 발언했다 한다. 일자리 정책의 무게중심이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언론의 관측도 있다.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 숲을 무성하게 만드는 일을 정책 공급자인 정부가 시작한 듯 하다. 수요자인 국민 각자는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해본다.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정책방향과 세상의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하니 어려움이 더 크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제4차 산업혁명 등 세상의 변화를 미리 읽고 스스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유망 직업과 일자리는 시대에 따라 수요에 따라 변한다. 1970년대 서울 S대 학생들의 선호직업과 기피직업 조사를 보면, 선호직업에는 지금은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기가 많이 떨어진 엔지니어가 2위에 올라있고, 기피직업에는 현재 인기가 높은 배우, 아나운서, 운동선수, 카운슬러 등이 상위에 올라있었다. 미래에 좋은 일자리는 현재와 다를 것이고, 직무도 계속 변할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일자리 세계의 변화 요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국가사회의 발전, 과학기술의 발전, 도시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 3가지인데, 먼저, 왕조시대를 거쳐 근대 시민 국가가 형성되면서, 국가의 기능이 크게 증대되었고, 정부 및 공공부문 직업이 크게 늘어났다. 권력이 일반국민에게 있는 민주국가가 되면서 대국민 사회복지 관련 직무 및 직업이 크게 늘어났고, 환경, 노동, 산업, 기업, 국제관계 등 관련 공공부문의 직업도 증가하였다. 두 번째로, 과학기술 발전이 직업세계를 크게 변화시켰다. 민간 기업 산업 발전으로 기업 관련 직업이 증가하였다. 금융 관련 직업, 경영 관련 직업, 교육 관련 직업, 연구 관련 직업이 크게 증가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유휴시간 증대를 활용한 서비스 직업이 크게 증가했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관광레저, 애완동물서비스 등의 새로운 직업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 번째로, 인구증가와 도시화가 직업세계를 크게 변화시켰다. 근대 이후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도시화 촉진으로 관련 직업이 증가했는데,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관련 직업, 네트워킹 비즈니스, 각종 대행 직업, 심리치료사, 마사지사 등 대인서비스 직업도 크게 증가했다. 

가까운 미래의 직업세계 변화촉진 요인도 유사할 것이다. 과학기술발전과 산업화의 영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인구도 상당기간 증가할 것이며, 도시화도 더욱 촉진될 전망이고, 국가의 기능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산업구조와 일자리 구조는 U자형으로 진화될 전망이다. 즉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인간의 일자리는 상당부분 기계로 대체될 전망인데,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고유 역량 중심으로 직업 및 고용 구조가 변화될 전망이다. 쉬워보이는 인간의 역량은 오히려 기계가 모방하기 어렵고, 어려워 보이는 인간의 역량은 오히려 기계가 모방하기 쉽다고 했다. 과학화가 어려운 직무들은 상당기간 인간이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과거 호모사피엔스보다 체격이 컸던 네안데르탈인 등을 제치고 지구를 정복했던 비교우위 역량인 협동역량 측면에서 기계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이 협동역량을 중심으로 인간의 직업이 강화될 전망이다. 두 가지 타입 모두 인적 역량을 발휘하는 서비스 직무인 것이 특징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직업보다 직무 차원에서 일자리 변화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계와 함께 공존하는 직무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지름길이다. 

정부는 비옥한 토양과 무성한 숲을 조성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하고, 국민 개인은 척박한 땅과 성근 숲에서도 살 수 있도록 미래 대비를 해야 한다. 모두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일자리 세계의 변화 전망을 고려해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할 시점이다.

원문보기: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102402102351607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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