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선은 소통의 끈, 읽지 말고 보여줘라 / 이의용 前 (교양대학) 초빙교수

학생들의 발표를 지도하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읽을 때다. 청중은 바라보지 않고 병아리 물 마시듯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반복한다. '원고대로' 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청중은 귀로만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눈을 더 많이 사용한다. 원고를 단순히 소리로 바꾸는 걸 '읽기'라면, 그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은 '말하기'다. 청중과 발표자 사이에 원고가 있으면 '읽기'이고, 아무 것도 없으면 '말하기'다. 시선이 원고에 가 있으면 '읽기'이고, 상대방에게 가 있으면 '말하기'다.

눈이 원고에 가 있으면 청중을 살피지 못해 청중과 호흡을 맞추기 어렵다. 중요한 건 원고대로 정확히 읽는 것이 아니라 원고 내용을 청중의 머리에 전달하는 것이다. "전기제품은 전선으로 연결되지만, 사람은 시선으로 연결된다"는 말이 있듯이 눈을 통한 소통 효과는 매우 크다. 물론 귀와 눈을 함께 사용하면 그 효과는 훨씬 더 크다. 라디오 듣는 것과 텔레비전 보고 듣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발표자가 청중을 바라보지 않으면 청중도 발표자를 주목하지 않는다. 라디오를 바라보며 듣는 사람이 없듯이. 발표자는 입은 물론이고 눈짓, 표정, 몸짓, 시각 도구를 총동원해서 청중의 시선을 집중시켜야 한다. 과녁을 바라보며 활을 쏘듯이 청중에 주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자들은 왜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할까? 첫째는 효과적인 방법을 몰라서다. 전문가에게 지도를 받거나 청중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병아리 물 마시기'를 줄이려면 당연히 원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그리고 '눈-원고-청중'을 가급적 한 줄로 배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는 연습(리허설)이 부족해서다. 컴퓨터에 앉아 발표문 쓰는 건 연습이 아니다. 연극배우처럼 발표장과 같은 공간, 같은 분위기에서 실제처럼 연습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걸 촬영해 보며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뉴스 진행 같은 문어체를 피하고,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주듯 스토리텔링(구어체) 연습을 해야 한다.

셋째는 내용을 확신하지 못해서다. 내용이 자신의 생각이 아닐 때, 내용을 잘 알지 못할 때 발표자는 원고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설교나 강의도 마찬가지다. 설교자가 섭씨 100도로 펄펄 끓어도 청중에겐 그 열기가 기대한 만큼 전달되지 않는다. 병아리 물 마시기처럼 원고 읽기에 바쁜 설교는 더욱 그렇다.

설교는 소통이다. 원고를 읽지 말고 청중을 바라보며 말을 해야 한다. 들려주는 설교가 아니라,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설교가 공감 가고 설득시킬 수 있다.

이의용 소장/전 국민대 교수 ·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원문보기: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8443768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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