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대중문화 시대의 박물관 브랜딩 / 김연희(행정대학원) 교수

나이키, 조다쉬,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아디다스를 기억하는가? 1980~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브랜드들이다. 그중에서도 나이키는 브랜드 가치 35조6,000억의 세계 1위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이키의 인기는 여전히 독보적이며, 팬(fan)층이 매우 두텁다. 그 이유는 나이키가 슬로건인 ‘Just Do It’(‘일단 해봐’)처럼 단순한 운동화가 아닌, 꿈과 열정 그리고 도전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나이키라는 브랜드에는 스포츠팬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들의 광고는 자유, 엉뚱함, 실패, 성공, 교훈을 담고 있으며, 강렬한 자극과 함께 동기부여가 된 사람들은 나이키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열정을 함께 나눈다. 모든 사람과 ‘스포츠’라는 매개를 통해 대화하길 원했던 나이키는 각종 디자이너들과의 컬래버레이션, 21C 밀레니엄 시대의 연상 도구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나이키의 의도를 잘 부각시켰다. 그리고 각종 제품과 디자인, 광고 등 세계 일류가 되기까지 차별화된 그들만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의 원천인 소비자의 욕구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브랜드(brand)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들의 것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특한 이름이나 상징물의 결합체를 말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는 시장의 다른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고유하며 다른 상품과의 구별뿐 아니라 상품의 성격과 특징을 쉽게 전달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려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 문화적 중요성을 가지는 복합적인 상징 체계로 단시간 내에 정립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 1. 마이클 조던과 에어조던                        사진 2. 나이키의 슬로건 마케팅(출처: 월드코노미)

이는 상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와 지역, 개인의 이름 등 어떤 고유명사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내가 유학했던 스페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이가 피카소 뮤지엄 또는 빌바오 구겐하임에 관해 묻곤 한다. 폐허의 도시에서 문화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한 빌바오는 ‘구겐하임’이라는 상징 문화 시설을 통해 도시 재생 효과를 얻었고, 랜드마크화된 구겐하임에 열광하는 연 15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박물관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구겐하임의 저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차별화된 ‘콘텐츠’에 있다. 프랭크 게리의 아방가르드한 건축물과 제프 쿤스, 루이즈 부르주아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 그리고 다양한 전시 기획, 구겐하임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문화 상품(museum goods) 등 관광객을 끌 수 있었던 다양한 콘텐츠의 저력이라 할 수 있다. 즉 박물관 마케팅과 브랜드 비즈니스에서 콘텐츠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언제부턴가 루브르(Louvre), 테이트(Tate), 구겐하임(Guggenheim), 모마(MoMA) 등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나만 아는 브랜드가 아닌 대중의 브랜드가 되었다. 특히, 박물관 마케팅이 활발한 루브르는 유명 팝 가수 비욘세와 제이지가 ‘Apeshit’라는 뮤직비디오를 찍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람객을 돌파했고 출판물, 레스토랑, 문화상품 등 판매 수익과 입장 수입을 합해 어림잡아 2,23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창출했다. 일본 미호 박물관에서 2020 루이뷔통 패션쇼가 펼쳐지고, 벤츠, BMW 같은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은 공장 부지에 박물관을 세우고 문화 마케팅을 펼쳐 브랜드와 소비자가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딩’ 과정에 힘쓰고 있다. 외국의 유명 박물관들과 기업들의 이러한 협업은 박물관이 대중에게 한발 다가서려는 노력이기도 하지만, 대중문화 시대를 맞은 기업들의 피할 수 없는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사진 3. 빌바오구겐하임 기념품(출처: 네이버)            사진 4. ‘Apeshit’ 뮤직비디오(출처: youtube 화면 캡처)

박물관의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스마트 기기를 들고 다니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C세대(connected generation)가 주 고객층이며 박물관들은 그들을 사로잡기 위한 비교적 적은 비용의 SNS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인스타나 페이스북 등 SNS엔 보여주기식 사진과 글 올리기를 좋아하는 C세대의 문화 취향에 맞춰 기존에 금기시되던 박물관의 사진 촬영 제약을 없애고 라이트 아트(light art)와 트릭 아트(Trick art) 등 멋진 포토 존을 만들어준다. 또한 전시 오프닝 파티에 인기 셀럽(celeb)을 초대해 인증샷을 장려하고 AI, VR 등 최첨단 과학 기술과의 융합으로 전시장이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박물관이 이러한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사립 박물관의 경우, 재정적 어려움으로 폐관을 고심하는 곳도 많다. 정부 기금이 아니면 자체 수익으로 유지해야 하는 등 박물관의 경쟁력과 가치를 입증하지 않으면 운영이 안 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사립 박물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사명감과 책임감을 넘어 여타 박물관을 위한 롤모델 역할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제 국립중앙박물관도 대중문화와 담쌓는 고유한 영역이기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마케팅을 추구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브랜딩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현재 경주, 전주, 나주 등 지방 소재 13개의 소속 박물관이 있다. 이 기관들이 단지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속 박물관으로 만족하기보다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힘써야 하며, 각각에 대한 브랜딩이 필요하다. 박물관별 대표 소장품을 특성화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독자적인 브랜드를 정립해야 할 때다.

 

원문보기: http://sbook.allabout.co.kr/magazine/museum/sm-13/pt-post/nd-150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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