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60여년 레슨비법 담은 ‘하비 페닉의 리틀 레드북’ 최고 명저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읽을만한 골프古典 3권

 크렌쇼·카이트 등 전설들 가르쳐
 아들에게 주려던 ‘영업비밀’ 펴내

 잭 니클라우스의 ‘골프 마이웨이’
자신의 경험·기술 깨알같이 정리

 데이브 펠츠의 ‘쇼트게임바이블’
이론·기술·장비·연습법까지 망라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9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52.1%다. 한국 성인 10명 중 5명은 지난 1년 동안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다.

종이책이 디지털 정보의 신속함과 편리함을 이기긴 힘들지만, 높은 주의집중과 깊이 있는 사고를 가능케 하는 종이책의 장점을 결코 대체하기 어렵다.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배우는 데는 아직 책만 한 것이 없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몸과 마음이 지친 골퍼들을 위해 지난주 골프영화에 이어 이번에는 읽을 만한 골프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서점에 가보면 골프대중화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골프책이 서가에 꽂혀 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이른바 고전부터 찾아 읽는 것이 상책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실은 거의 모든 사람이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많은 이에게 사랑받아 온 고전에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남다른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들은 발간된 지 20년이 넘어 세월의 시험을 충분히 거친,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들이다(괄호 안은 원서 초판 발간연도).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하비 페닉의 리틀 레드북’(1992년)이다. 저자인 하비 페닉은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32년 동안 텍사스주립대에서 골프 코치로 벤 크렌쇼, 톰 카이트, 미키 라이트 등 골프의 전설들을 가르쳤다. 한편으로 골프장 헤드 프로로 일하면서 죽기 직전까지 50년 넘게 수많은 초보골퍼와 주말골퍼에게 직접 골프를 지도했다.

적어도 골프스윙에 관한 한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더 중요하다. 페닉은 골프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단순명쾌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는 재주가 있었다. 이 책은 페닉이 골프를 시작하면서 60년 넘게 붉은색 표지의 작은 수첩에 틈틈이 기록해온 자신만의 골프레슨 비법을 그대로 출간한 것이다. 원래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아들에게만 물려주려 했던 가문의 ‘영업비밀’이었다.

“만약 한 번의 형편없는 라운드를 했다면 그냥 잊어버려라. 두 번 연속일 때는 그립, 스탠스, 목표 조준과 공 위치 등 기본기를 점검하라. 대개의 실수는 스윙 전에 저지르기 마련이다. 세 번 연속일 때는 티칭프로를 찾아라”처럼 구력이 오래된 골퍼일수록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주옥같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두 번째 소개할 책은 잭 니클라우스의 ‘골프 마이웨이’(1974년 초판, 2005년 개정판)다. 맞다! 타이거 우즈도 아직 못 깬 메이저대회 18승의 주인공, 바로 그 니클라우스다. 현역 시절 최고의 승부사답게 골프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해 자신만의 경험과 기술을 깨알같이 정리한 골프의 ‘완전정복’과도 같은 책이다. 모든 골퍼에게 도움이 되지만 특히 상급자나 프로골퍼 지망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많다. 잘 알려진 대로 최경주도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이 책을 표지가 다 닳을 때까지 읽고 연습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데이브 펠츠의 ‘쇼트게임바이블’(1999년)이다. “60∼65%의 샷이 홀로부터 100야드 이내에서 일어나고, 더 중요한 것은 파를 놓치게 되는 샷 중 80%가 이 100야드 안에서 일어난다.” 펠츠는 물리학 전공에다 나사(미 항공우주국) 출신 과학자답게 모두가 스윙에 집착할 때 숫자와 통계로 쇼트게임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자신만의 골프 이론을 정립했다. 바이블이란 제목에 걸맞게 쇼트게임 이론과 기술, 장비 구성, 연습법까지 쇼트게임의 모든 사항을 망라하고 있다. 필 미켈슨, 콜린 몽고메리, 비제이 싱, 페인 스튜어트 등 내로라하는 프로골퍼들에게 쇼트게임을 가르친 그는 교습비가 비싸기로도 유명하다. 무려 하루에 2만 달러(약 2400만 원)나 되는 그의 레슨을 단돈 몇만 원에 집에서 편하게 익힐 수 있다.

1665년 흑사병 창궐로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가 2년간의 휴교에 들어가자, 학생이었던 아이작 뉴턴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 뉴턴은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멈춘 지금, 울적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책 읽기를 통해 이 순간을 골프는 물론 자신의 지식과 교양을 오히려 한 단계 높이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42201032439000003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새론새평] 4·15 총선이 남긴 것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다음글 백종원의 성공이 실수에서 비롯된 거라고!? <실수경제학>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