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사라진` 김정은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최근에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건강은 최고 기밀이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정보기관도 이러한 첩보를 입수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확실히 알 수 있는 사실에만 집중하면 좋다.

 

11일 이후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대한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그에게 거의 확실히 어떤 문제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데, 건강이변설은 설득력이 제일 많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필자는 김정은이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 통치자의 죽음이나 와병이 초래할 수 있는 북한의 내부 혼란은 원래도 위험했지만 최근의 세계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실상 군주제 국가이지만, 왕국과 달리 사전에 정해진 왕위 계승 서열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백두혈통`만이 지도자가 되는 원칙 역시 이론상으로 없다. 그 때문에 후계자가 확립되지 않은 채 지도자가 급사한다면, 권력욕이 많은 몇 명의 후보자가 권력 장악을 시도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다음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파악한 인민군 장성들이나 고급 간부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이 투쟁에 참가할 수도 있다.

 

물론 능력과 운이 있는 도전자가 경쟁자와 정적들을 색출하거나 고립시켜서 짧은 기간에 자신을 차기 `민족의 태양`으로 만드는 시나리오도 있다. 아니면 최고 유력자 몇 명이 연합을 만들어 공동의 정적들을 제거하고 집단 지도를 실시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에 북한은 권력이양 시기에도 내부 안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권력투쟁에서 유일한 승리자가 빨리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파벌들은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 중, 하급 간부들, 장교들, 일반 민중들을 동원하기 시작할 수도 있고, 폭력에 의지할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김씨 일가 체제에 불만을 느끼는 적지 않은 백성들은 이 기회를 타고 체제에 도전할 것이다.

물론 북한에서의 혁명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북한 혁명은 무혈 혁명이 되지 못할 것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은 처음에 환영받았으나, 결국 폭력과 내전을 초래하고 말았다. 북한에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독일식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북한 엘리트계층은 흡수통일 이후에 자신들이 권력과 특권을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등으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체제를 지키려 끝까지 싸울 것이다.

의심이 있다면 비슷한 처지에 빠진 시리아 아사드 정권 지지자들의 행보를 볼 수 있다. 알라위파와 기독교파의 소수로 구성되었던 시리아 엘리트는 체제가 무너진다면, 수니파 다수가 지배할 새 사회에서 미래가 없을 줄 알았기 때문에 싸우기를 결정했다.

한편 북핵 및 미·중 대립이라는 변수는, 북한 내부 위기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시리아와 달리 북한은 최소 수십 기의 핵무기가 있는 나라이므로 내전은 매우 위험하다. 위기에 직면한 국제사회는 당연히 개입을 고려할 것이다. 개입할 수 있는 핵심 국가는 물론 미국과 중국이다. 2008년에 김정일의 건강 상태가 악화했을 때 미·중 양국은 비공개 회담과 토론을 했으며, 북한이 아수라장이 된다면 취할 조치를 검토했다. 그러나 오늘날 전례 없이 악화된 미·중 관계를 고려하면 작전 조정뿐만 아니라 솔직한 논의조차 쉽지 않다.

이상의 시나리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들릴 수 있지만, 한반도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때문에 필자는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재개한 모습을 보기를 희망한다. 북한의 혼란만큼 위험한 시나리오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나리오를 그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원문보기: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4/437549/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IT 만나 더 재미 있어진 골프…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한다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다음글 [새론새평] 4·15 총선이 남긴 것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