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마스터스 첫 출전 때 럼주 1병 ‘벌컥’… 예선탈락 뒤 “행복한 83타”/ 최우열(체육학부)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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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골프와 술 PGA 투어 프로선수 절반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 맥주 1∼2잔은 기분 전환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라운드하다 보면 따뜻하게 데운 청주 한 잔에 뜨끈한 어묵 한 점 생각이 간절하기 마련이다. 원래 골프와 술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골프와 위스키는 둘 다 스코틀랜드가 고향이다. 스코틀랜드 해안의 링크스 코스에서 무시로 불어대는 북해의 차갑고 거센 바람을 견디려면 위스키는 필수였다. 당시 위스키 한 병에 보통 18잔이 나오는데 홀마다 한 잔씩 들이켜려다 보니 골프 코스가 18홀이 됐다는 말도 있다. 영어의 19번 홀(19th hole)이라는 표현은 라운드 후 동반자끼리 클럽하우스의 바나 가까운 선술집에서 가볍게 한잔 걸치며 그날의 라운드를 주제로 삼는 뒤풀이를 말한다. 술판이 끝나갈 즈음 술값을 치르기 위해 누군가가 모자를 벗어들고 “핸드 인 더 캡(hand in the cap)!”이라고 외치면 모두 각자 주머니에서 돈을 쥔 후 주먹째로 모자 속에 집어넣는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자신이 먹은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내는 사람도 있고 조금 덜 내는 사람도 있는데, 누가 얼마를 냈는지 서로 모르게 하기 위한 배려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바로 핸디캡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인기 골퍼 치치 로드리게스는 1961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생애 처음 출전하면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럼주 한 병을 다 마시고 경기를 치렀다. 결국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그는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83타를 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이 PGA투어 선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회 전날 기분 전환과 긴장 완화를 위해 술을 즐긴다는 골퍼가 절반 가까이 된다. 알코올의존증 치료까지 받았던 존 댈리(미국)는 밤새 술을 마시고 이튿날 만취 상태로 출전하거나, 심지어 라운드 중에 술을 마시기도 했다. 골프 규칙에는 술과 관련된 규정은 딱히 없다. 음주 골프를 옹호하거나 즐기는 사람들은 술이 긴장과 불안을 완화해 스윙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일종의 윤활유(swing oil) 같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긴장과 경기력의 관계를 살펴보면 적절한 긴장은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근육이 경직되고 집중력과 판단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벤조디아제핀 혹은 프로프라놀롤과 같은 베타 차단제와 함께 긴장과 불안을 완화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보통 맥주 1∼2잔 정도를 마시면(혈중알코올 농도 0.02∼0.05%) 중추신경계의 활동을 둔화시켜 불안감이나 초조감이 줄어든다. 평소 극심한 긴장으로 매번 첫 티샷을 망치거나 심각한 쇼트퍼팅 불안에 시달리는 골퍼라면 한 잔의 맥주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알코올 효과는 양날의 칼이다. 적절한 양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일정량 이상을 마시게 되면 오히려 주의가 산만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며 감각기능과 운동능력이 둔화한다. 미국의 한 골프전문지가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술을 마시면 골프 실력,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1∼2잔까지는 그다지 큰 영향이 없었으며, 기분을 상승시키고 일부 골퍼는 드라이버 거리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3잔이 넘어가면서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상급자보다 초·중급자가 더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드라이버의 방향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드라이버의 거리나 아이언샷, 퍼팅에서는 알코올의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했다. 중추신경계의 둔화 외에도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소변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이뇨작용을 한다.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신체와 세포 내 수분이 급격히 감소하는 탈수 현상이 발생한다. 세포 내의 수분 균형이 무너지면 우리 몸과 근육의 주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아데노신삼인산(ATP) 생산능력이 약화해 라운드 중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쥐가 나거나 근육이 손상되는 등 근골격계 부상이 생길 수 있다. 또 알코올은 체내 단백질 흡수능력을 떨어뜨리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르테론의 수치를 낮춘다. 이로 인해 근육이 약화되거나 라운드 후 손상된 근육의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최근 음주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을 종전보다 더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도 시행됐다. 음주골프 역시 지나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와인 속에는 지혜가, 맥주 속에는 자유가, 물속에는 세균이 있다”고 했지만, 코스에서나 코스 밖에서나 음주에는 항상 절제와 중용의 미덕이 필요하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23101033139000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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