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동아 시론/안드레이 란코프]빈손으로 끝난 북-러 회담, 그럴 만했다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경제 교류 확대 원하는 북한 요구에도 러, 北 제품에 관심 없어… 교역 감소
매년 10억달러 써야 北친구 된다는 농담도
6자회담 제안은 美中日 견제 차원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이 별 소득 없이 끝났다는 것은 확실하다. 양측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않고 헤어졌다. 형식적으로 보면 하노이 회담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은 처음부터 기대가 많았던 반면 이번 회담은 관찰하는 이들 대부분의 기대가 처음부터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영향을 줄 능력도 별로 많지 않았고, 의지는 더 약했다.

북-러 관계의 특징을 결정하는 것이 있다. 바로 양국의 무역 구조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현 단계에서 북-러 무역 확대를 어렵게 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유엔 제재를 지킬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제재 완화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당분간 북-러 무역의 전망은 어둡다.

하지만 북-러 경제 교류에서 대북제재가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설령 내일 갑자기 제재가 사라져도 상황은 많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해외에 잘 수출할 수 있는 물품들은 러시아에선 아예 수요가 없다. 북한의 핵심 수출품은 광물과 수산물인데 러시아는 지하자원이 많고 수산물에 별 관심이 없다.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항목 중 러시아가 관심 있는 것은 파견노동자뿐이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에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이 많지만 외화난이 심각한 북한은 국제가격으로 러시아의 수출품을 살 능력이 없다. 러시아 회사들은 국제가격이 아니라면 무역을 할 생각이 없다. 당연히 러시아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의 방북 때부터 북-러 정상회담이 있을 때마다 무역량을 늘리자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다. 특히 2014년 극동개발장관 알렉산드르 갈루시카는 2020년까지 북-러 무역량을 당시 1억30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7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그의 주장에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고, 러시아는 다시 한 번 북한 문제의 ‘기본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많았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아예 근거가 없는 환상에 불과했다.

 

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90427/95253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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