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한·일 지소미아 연장' 결기 보여줄 때다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한·미·일 협력 없이 北核 억제 못해
 자존심 대결보다 안보를 우선시해
 국가 독립·영토 보존 책무 다해야"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
 
문재인 대통령이 필자에게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처리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구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지소미아 연장을 선언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일본에 대해 유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안보협력과 신뢰 지속을 우선시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된다. 그러면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불안하게 생각했던 다수의 국민은 물론 미국 정부와 민간에서도 환영할 것이다.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부정하면서까지 선공후사(先公後私)하는 이런 결정이야말로 지도자가 가져야 할 결기이고, 그런 결기에 놀란 일본 국민은 아베 신조 정부에 대한(對韓)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의견에 관심을 보여 한·일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정도에 그쳐서 명분이 없고, 지지층의 상당한 이탈을 각오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권위의 손상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문 대통령 면담 전후에 지소미아 연장의 필요성을 다각적으로 밝혔지만, 정부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지소미아 파기와 수출규제가 한·일 양국 지도자의 자존심 대결로 변모된 느낌도 있다.

지소미아 자체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국가 간에 군사비밀을 교환할 경우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문서에 불과하다. 한국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를 포함한 30여 개 국가, 일본은 60여 개 국가와 지소미아를 체결하고 있듯이 최근에는 외교관계 활성화의 상징적 협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이 이런 기본적인 협정을 일본과 유지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일 관계가 앞에 열거된 국가들과의 관계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포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적극 주장하고, 이의 파기는 북한, 중국, 러시아를 도와주는 일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원문보기: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1911185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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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경제| 입력: 2019-11-18 17:48 / 수정: 2019-11-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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