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표현은 명확하고, 쉽고, 간결하게 / 이의용(교양대학) 초빙교수

두 사람이 똑같은 규격의 종이를 들고 서로 등지고 앉는다. 한 사람이 종이를 오려 모양을 만들면서 등진 사람에게 말로 설명을 한다. '똑같은 모양'을 만들도록. 실제로 해보면 대부분 실패한다. 자기가 만들려는 모양을 등진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해서다.

대형마트가 좋은 상품을 확보했다고 해서 매출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고객들에게 그 정보를 잘 알려주고, 고객이 그 물건을 원하는 때에 쉽게 구입할 수 있게 유통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가르치는 일은 정보를 유통하는 직업이다. 학식이 높고 인품이 훌륭한 교사가 잘 가르치는 건 아니다. 콘텐츠가 100점이라 해도 전달력이 50점이면 효과는 50점이다. 그러나 콘텐츠가 80점이지만 전달력이 100점이면 효과는 80점이다.

교사는 학생이 궁금해 하는 게 없게 명확히(Correct) 말해야 한다. 어렵게 말하고는 "쉽게 말하면…"이라 하지 말고 처음부터 쉽게(Easy) 말해야 한다. 또 복잡한 내용일수록 간결하고 짧게(Simple) 말해야 한다. 그래야 기억한다. 내 다이얼을 학생의 주파수에 맞춰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종이 신문에는 3가지 내용이 실린다. 뉴스 기사, 사설, 광고. 뉴스 기사는 설명이다. 뉴스 기사는 독자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육하원칙에 따라 명확하고, 쉽고, 간결하게 써야 한다. 사설은 주장이다. 사설은 반론이 나오지 않게 충분한 근거(Reason)와 사례(Example)를 제시하며 써야 한다. 광고는 설득이다. 광고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독자가 상품을 구매하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구체적인 구매방법도 제시해야 한다.

학교교육의 목적이 지식을 쌓는 데 있다면, 교회교육의 목적은 삶을 변화하는 데 있다. 알고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해야 한다. 머리로 알게 됐다 해도 그것을 가슴으로 절감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보다 더 먼 거리는 가슴에서 손발까지가 아닐지.

섭씨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장황한 설명이나 주장만으로 학생의 행동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고객이 지갑을 열어 물건을 구입할 때 광고가 비로소 완성되듯, 성도가 하나님의 말씀을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때 교회교육도 완성된다. 우리 교회교육이 설명이나 주장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보자.


원문보기: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8396396932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김정은 건강문제’ 논의조차 못 하나[동아 시론/안드레이 란코프]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다음글 반전 노리는 KEB하나은행…믿을 건 고아라·강이슬 뿐 / 김주환(KIBS 16)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