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법조인 양성제’ 어떻게 바꾸나 / 대담 이광택(법)교수


[한겨레 2004-05-17 18:13]

현재 사법개혁 논의는 법조 일원화, 참·배심제 도입( 5월4일치 18·19면 참조),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여부가 중심인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이라는 세 줄기를 갖고 있다. 대학을 고시학원화하고 수많은 ‘고시 낭인’을 만들어 내는 현재의 법조인 양성제도를 바꿔야할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개혁은 더뎠다. 법학부를 유지하며 법률대학원 설치(4+2)를 주장하는 이광택 국민대 교수와 법학부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김창록 부산대 교수가 5월10일 의견을 나눴다.

이광택-국민대 법학부 교수
김창록-부산대 법학과 교수

두 사람은 사법시험이라는 고리로 엮여있는 현행 법조인 양성제도가 낳는 폐해를 지적하며 얘기를 풀어나갔다.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두 사람의 대담이 열기를 띠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창록=바람직한 법률가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법률가를 양성해 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시작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 간의 교류와 분쟁이 늘어나면서 국가나 기업, 국민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법률가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죠. 국내적으로는 사회가 점점 더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에는 거리에서 돌멩이와 최루탄으로 서로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하던 문제들이 이제는 새만금 사건처럼 앞다투어 법원으로 가고 있지요. 또 사회가 전문화, 세분화되면서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다양해져, 이제는 준비서면이나 공소장, 판결문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 뛰어들어 문제를 끄집어 내고 문제 해결의 논리를 개발하고 상대를 설득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떠안을 수 있는 법률가가 요청되는 시대가 됐다고 봅니다.

이광택=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은 95년 김영삼 정권 때 세계화추진위가 구성돼 논의가 시작됐죠. 우선, 법조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요에 비해 변호사 수가 너무 적고, 법조인으로 가는 길이 학교 교육과 유리돼 있다는 거죠. 지금은 해마나 천명 정도 새로 법조인이 나오지만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적죠. 법학 교육과 사법시험이 별개라는 점이 지적되면서 이것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죠. 국가시험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일본, 독일, 한국인데 모두 문제로 느껴왔습니다. 학교 교육과 국가시험이 훨씬 더 밀접하게 관련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요청이었죠. 당시 여론의 지지를 받았으나 법조인들이 상당히 반발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대법원이 반대하고 변호사회도 반대해 어정쩡하게 합격자 수만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타협했죠. 사법연수원제도도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죠.

김=사법시험이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현재의 사법시험제도에서는 응시자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건 묻지 않고, 단지 사법시험이라는 하나의 ‘점’을 통과하기만 하면 법률가 자격을 줍니다. 그러니까 응시자들은 고시촌에 몇 년씩 파묻혀 시험기술을 습득하는 데 골몰하죠. 그들에게 대학의 법학교육은 시험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사법시험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학생들이 시험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요구하니 폭넓은 교육을 할 수가 없죠. 비법대 학생들도 사법시험에 몰려 전 대학의 교육이 파행화됐죠. 법학 교육과 사법시험, 사법연수라는 세 요소로 구성되는 법률가 양성의 틀이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개혁하자고 했지만 지금까지는 결국 타협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숫자만 늘리고 시스템은 그대로 두어 시스템의 문제를 더 악화시켜 버렸다는 생각입니다.

김/사회가 점점 더 법으로 문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이/매년 1000명 정도 새 법조인 나오지만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적죠

이=어떤 모델, 어떤 방향을 취하든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에서 최소한 얻어내야 할 것은 현재 ‘고시 낭인’이라고 표현되는 젊은이들이 양산이 되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현 제도로 인해 법학 교육도 안 되고 다른 학과 교육도 안 돼, 대학교육 전반의 정상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나마 10년 가까이 논의하면서 공통분모는 나오고 있습니다. 첫째, 대학교육과 선발제도의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응시횟수를 제한해야 한다. 셋째, 사법시험을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10년간 논의해서 얻은 성과죠. 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는 숫자를 늘리는 데만 합의했고, 98년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안을 내놓았지만, 99년 설치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는 응시자격을 2006년부터 법학과목 35학점 이상을 이수한 사람으로 제한하는 합의만 했죠. 그런데 학원에서도 학점을 딸 수 있게 해 법학 교육 정상화나 사법시험과 법학 교육의 연계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미흡합니다. 오히려 고시학원이 번창할 수도 있죠. 이런 상황을 토대로 이번의 사법개혁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큰 쟁점은 지금처럼 ‘선발 후 양성’이냐 아니면 ‘양성 후 선발’이냐, 이것이 대립하고 있죠. 전문교육의 주체가 대학이냐 국가냐 하는 것도 있고, 법조인의 적정 수가 몇명이냐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개혁의 기본방향은 사법시험이라는 ‘하나의 점을 통한 선발’에서 충실한 교육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한 양성’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방향에 가장 합치되는 제도가 법학전문대학원이죠. 법학전문대학원의 기본 틀은 학부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법률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기른 학생들을 뽑아 대학원에서 3년 간의 충실한 교육을 통해 법적 소양과 지식, 자질을 습득하게 하고, 그렇게 양성된 사람들에게는 변호사자격시험을 통해 대부분 법률가 자격을 줘서 사회의 각 분야에 나가 기여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새교위)가 99년에 발표한 안이 지금까지 나온 가장 상세한 안인데 설치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졸업생의 70~80%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도록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충실한 교육을 담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죠. 교수 대 학생 비율은 1대12 이하이며 학생 정원도 200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시설기준도 엄격합니다. 그리고 평가기관이 사후 평가를 해서 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탈락시킬 수도 있죠. 다만 새교위 안에서는 사법시험과의 연계가 불충분합니다. 대학원을 졸업하면 1차 시험을 면제한다고 했는데, 저는 대학원 졸업자에게만 변호사자격시험 응시자격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창록 교수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을 역설하면서부터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미국식 로스쿨 모델인데, 99년까지만 해도 학계에서는 많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법학 교육이 3년으로 줄어들고, 미국의 특유한 제도인데 우리와 같이 대륙법 체계를 이어받은 나라에서 적합할지 하는 점에서 많이 걱정했죠. 현재의 4년도 짧아 5년 내지 6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70년대부터 지속됐다는 것도 배경입니다. 영미식의 보통법(커먼로) 체계를 갖는 나라와는 법체계와 교육에서 큰 차이가 있어 법조인 양성을 미국식으로 하는 게 뭔가 맞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줬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제도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겁니다. 유럽도 세계화와 유럽통합, 유럽연합의 확대 과정에서 개혁이 논의됐는데 그쪽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았냐는 거죠. 지난해 독일에서도 제도가 바뀌었죠. 사실상 4+2제도, 학부 4년을 마쳐야 비로소 1차 시험 응시자격이 있고, 그 다음 시보·연수과정을 거쳐 2차 시험을 보는 제도인데, 많이 바꿨습니다. 기본 틀은 유지하지만 내용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죠. 어학교육을 강화하고 학교 교육과 시험을 연계해 1차 시험에서 학교가 30%의 점수를 주도록 했습니다. 그런 모델을 동시에 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교육기간이 3년으로 줄어 부실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인데, 실질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현재 학부 4년 동안 법학교육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죠. 1학년 때는 상당한 교양교육을 합니다. 또 교육받는 학생들이 다르죠. 고교를 졸업하고 법대에 간 학생들은 법률가가 되겠다는 의식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죠. 법학전문대학원에 가겠다는 학생들은 전문교육을 받아 법률가가 되겠다는 학생들이어서 교육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학부에서 쌓은 학생들이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교육을 받게 되면 지금보다 충실한 법학교육이 이뤄진다는 거죠. 우리가 대륙법계인데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모델로 삼으면 문제가 없겠느냐고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데, 미국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의 법률가 양성제도는 독일식도, 프랑스식도 아니죠. 굳이 따지자면 일본식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바로 일본은 지난 4월부터 일본식 로스쿨이라고 할 수 있는 법과대학원 제도를 출범시켰습니다. 어느 나라식이냐를 떠나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찾는 접근방식이 생산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구별의 의미도 줄어들고 있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보완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절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세계의 추이가 어느 법계를 막론하고 무엇이 좀더 편리하고 유용한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독일에서도 지난해 바뀌어 시보·연수과정 거쳐 2차시험
김/일본은 4월에 법과대학원 출범 일본식 로스쿨은 실패 가능성

이=일본이 우리보다 논의는 늦게 시작했는데 제도 개선은 빨리했죠. 그런데 일본의 제도가 실패할 것이라는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부와 법률대학원이 공존하면서 기존의 사법시험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의 장점에 대한 반론을 하겠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3년이 부실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예컨대 독일의 경우에 교양과목도 없이 4년을 해도 부족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습니다. 현행 우리 제도를 보면, 저는 4년도 부실하다고 봅니다. 더 해야 한다는 거죠. 법조인이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원에 간다고 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경쟁을 연기할 따름이라는 거죠. 법대에 갈 사람이 바로 안 가고 4년 뒤에 간다는 겁니다. 대학원에 가기 위해 경쟁하면서 다른 학과의 교육을 부실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학원에 간다는 점은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 공부를 한 사람이 나중에 다른 것을 공부할 수 있죠. 대륙법 체계와 영미법 체계가 절충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절충해도 알아야 절충이 되는 거죠. 우리는 독일 중심의 대륙법을 받아들였지만 더 올라가면 ‘판덱텐’(로마의 학설, 판례를 집대성한 것) 체제, 방대한 양의 학설과 판례가 축적이 된 겁니다. 이것을 간과해서는 안되죠. 보통법(커먼로) 식으로만 생각해서는 그 체계에 대한 접근이 안 된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문명사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봐요.

김/전문대학원 졸업자만 변호사시험 정원제도 폐지해야겠죠
이/미국식 로스쿨 모델인데 대륙법계 나라에서 적합할지‥

김=일본의 법과대학원 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을 모델로 하면서도 제도 도입의 충격을 줄이려고 타협해 심각한 변형이 생긴 때문이지요. 학부를 남긴 결과, 학부 교육과는 다른 법과대학원의 교육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명확하지 않은 채 출범했습니다. 처음 예상은 30개 정도였는데 72개 대학이 신청해 68개나 인가를 받았죠. 교수의 수가 15명 이하인 곳이 23개나 되고, 학생수가 30~50명인 군소 대학이 많습니다. 법과대학원이 없으면 학부에 학생이 안 올 것이라며 학부를 살리기 위해 무리하게 설치한 결과죠. 다음 문제는 예비시험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응시자격을 주기로 한 거죠. 말하자면 우회로를 둔 것인데, 만약 예비시험의 비중이 높아지면 대학원의 토대가 무너지게 되겠죠. 또 일본은 2010년 3천명까지 늘리기로 하기는 했지만,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제한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양성과정을 통해 자질을 갖추면 법률가 자격을 준다는 법과대학원제도의 취지와 상충되는 겁니다. 우리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전문대학원을 두는 대학은 학부를 폐지하고, 대학원 졸업자에 한해서만 변호사자격시험을 보게 하고, 정원제도 폐지해야겠죠. 교육기간의 문제는 전문대학원에서 얼마나 충실한 교육이 이뤄지고 학생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서 법학교수들의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죠.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바뀌어야 하고 학사관리도 엄격해져야죠. 대학원 입학시험에서 일정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법률가가 되는 데 이점이 있으면 경쟁을 없앨 수 없다고 봅니다. 입학시험에서 학부 성적을 반영하면 4년 동안 학부 공부를 충실하게 할 것이고, 입학시험에서 법학과목을 배제하면 대학원에 가기 위해 법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겠죠. 법을 먼저 공부한 다음에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셨는데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봅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들이 개인적으로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제도로 포섭하자는 겁니다. 대륙법 교육의 특수성에 관한 말씀 속에는 전문대학원이 되면 완전히 영미식 교육을 하게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만 그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교육을 해야지요.

이=이 문제는 기술적 접근보다 철학적·문화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을 먼저 판단해야 하고, 나머지는 기술적인 문제죠. 로스쿨의 장점을 말하면서 그것 때문에 도입해야 한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충실한 교육은 4+2제도 마찬가지죠.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교육주체가 거듭나야 하고, 충실한 교육을 하기 위한 방법은 로스쿨이든 4+2든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모색하는 겁니다. 그리고 경쟁과 관련해, 학부의 성적을 고려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고교 성적으로 하지 왜 4년을 또 기다리냐는 문제가 여전히 남습니다. 경쟁을 빨리 하느냐 늦게 하느냐, 독일은 오히려 더 빨리 해버리죠. 변호사가 자기의 전문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시 공부해야 전문화가 되죠. 독일은 6년을 공부하고 나서 다시 경제학부에 들어가곤 합니다. 전문화 길을 다시 밟죠. 독일에서도 법률가 양성에 너무 시간이 걸린다며 줄이자는 논의가 있었고 몇해 전에 학부를 3년 반으로 줄였는데 실제로는 학생들이 이보다 더 오래 공부합니다. 통계를 보면 1차 시험을 대체로 4년 반 내지 5년이 지나서 봅니다. 지난해 7월에는 다시 4년으로 늘렸고, 브레멘주의 경우는 주법으로 4년 반으로 규정했죠. 교양 과목은 전혀 없습니다. 1차 시험에 합격한 다음에 시보, 연수과정을 2년 하면서 실무수습을 합니다. 2차 시험을 보기 전에 실무교육을 2년 동안 한다는 겁니다. 이 장점이 크다고 봅니다. 미국식 로스쿨은 미국의 국가체계가 제대로 안 갖춰졌을 때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서둘러 만든 제도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져요.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논의가 법학부 유지와 법률대학원 설치를 빼대로 하는 4+2제도로 옮아가면서 공격과 방어의 위치는 바뀌었다.



김=경쟁과 관련해 고교 성적으로 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셨는데 우리의 고교 교육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이 학부제로 가면서 전문교육은 대학원으로 넘기고 있는 전체적인 교육의 틀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고 봅니다. 법률가 양성의 틀을 바꾸는 문제는 철학적·문화적인 점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습니다만 당장의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보다 민감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10년 동안 틀은 안 바꾸고 숫자만 늘인 결과 법률가 양성 시스템은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10년 간의 논의를 돌아 보면 구체성과 현실성, 체계성의 면에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안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거죠. 대륙법 체계의 특성을 당연히 고려해야겠지만, 이 점과 관련해서는 대륙법 국가인 일본이 왜 로스쿨제도를 도입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에서 맨 처음 바꾸자고 한 곳은 경제계죠. 법률가 양성 시스템을 이대로 뒀다가는 21세기에 경제대국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정치권이 받아들였죠. 일본에서 법조 3자는 피고의 입장에서 끌려갔죠. 일본인들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요구에 맞는 제도가 일본식 로스쿨이라고 본 겁니다.

이=유럽도 똑같아요. 변화의 필요성은 다 공감하는데 방법의 차이죠. 제가 말씀드린 4+2제는 1차 시험은 학부의 졸업시험으로 하고 법률대학원은 1차 시험 합격자가 수습·연수하는 과정으로 진행하되 현행 사법연수원 제도를 폐지해야죠. 지방변호사회와 협동해 연수과정을 운영한다는 겁니다. 이것을 마치고 2차 시험은 법률대학원 졸업시험으로 하되, 관리는 학교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한다는 겁니다. 한가지 고민은 자격시험으로 하려면 합격자 정원을 미리 정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적정수가 얼마냐 하는 논의가 있거든요. 미국같은 나라는 변호사가 너무 많고 우리는 너무 적죠. 몇 명이 적절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전국 법과대학 총정원을 합격자 수의 두배 정도로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안을 저는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김=4+2는 현재의 법과대학을 토대로 새로 2년을 추가하자는 것인데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2003년 4월 현재 법학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이 99개입니다. 입학정원이 1만1582명이고 법학교수는 941명입니다. 한 학과에 교수가 채 10명이 안되죠. 이렇게 영세하다 보니 4+2로 간다 하더라도 모든 대학이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원을 합격자의 두배로 하자는 말씀도 그것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러면 4+2로 가는 대학을 어떻게 선정할 것이냐, 그리고 가지 않는 나머지 대학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안에는 그에 관한 제도 구상이 있습니다. 사전·사후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대학만 설치·유지할 수 있게 하고, 남는 대학들은 변호사 이외에 법 지식이 필요한 직업인을 양성하는 쪽으로 특성화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4+2의 경우 법학부를 남겨 둔 채로 2년의 대학원 과정에서 어떻게 특화되고 충실한 교육을 담보할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또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한 사람들이 법률가가 되는 길을 막게 되는 것이 아닌지도 의문입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의 28% 정도가 비법학 전공자입니다. 4+2를 도입하면 다른 전공을 한 사람들의 진입이 막히는데, 이건 퇴보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죠.

이=4+2의 세부적 부분은 더 논의가 필요하죠. 1차 시험만 합격하고 2차는 안 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 법무사 자격이라거나 유사 직종이 있지 않으냐는 제안도 있습니다. 4+2는 대학원 과정에서 실무수습을 하고 여기서 전공 영역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변호사도 전문화해야 하고, 앞으로는 법관도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노동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와 법관 등 전문화를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거죠.

이/1차시험은 법학부 졸업시험으로 2차시험은 대학원 졸업시험으로
김/4+2 구상은 많은 투자 필요 현재도 법학교수가 부족한데‥

김=대학원 과정에서 그런 수요를 충족하려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야 하죠. 그러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치게 됩니다. 현재도 법학교수가 부족하죠. 법과대학 4년도 충실하게 하고 대학원에서 다양한 교육을 한다는 게….

이=대학원은 실무 중심이죠. 학부에서도 실무자가 일정 정도 교육에 참여하고 대학원 과정에서도 학자들이 참여하되 중점은 다르죠. 대학원에서는 실무가 중심입니다. 그래서 법률대학원의 운영을 지방변호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거죠. 비법과 대학 출신들은 결론적으로 법과대에 다시 들어오면 되는 것이죠.

김=4+2 구상에 따르면 학부와 대학원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그게 불가능하다면 단지 기간을 2년 늘리는 것 뿐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노동·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법률가가 되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죠. 하는 일을 그만 두고 고시원에 몇년 틀어박히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전문대학원 체제로 가면 그들에게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할당해 배려하는 것도 가능하죠.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것이 법과대학원 평가에서 중요한 항목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살리고 법적 지식을 습득해서 자신이 일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4+2의 경우 그런 사람들도 학부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비법학 전공자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좋은 데, 우리의 처음 출발이 고시 낭인은 안된다는 것이었죠. 10만명 중에 1천명 뽑는데 합격하면 행운, 고진감래, 영웅이 되겠지만 나머지는 들러리죠.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의 꿈을 충족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 사회의 인력으로 볼 때는 심각한 문제죠. 기회를 주더라도 여기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사회의 법률 수요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그래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 사회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보다 많이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률가가 되고 나서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은 지금까지도 적었고 앞으로도 많지 않겠지요.

이=독일의 변호사들은 나중에 학부 공부를 다시 해요. 대학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다르죠. 미국식 스쿨을 독일에서는 대학원으로 보지 않거든요. 전문학교로 봅니다. 변호사 자격을 먼저 갖고 전문화하기 위해 다시 재교육을 하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개인의 노력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이 그 점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거죠.

이=변호사 양성제도이기 때문에 나머지는 시장 기능에 맡겨야죠. 스스로 전문화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고 저절로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정리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사진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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